
올해 패션계를 뒤흔든 키워드는 바로 ‘해적코어(Pirate-core)’다. 나부끼는 셔츠 자락과 허리를 질끈 동여맨 가죽 벨트, 묵직한 장신구까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옷차림이 패션 신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쏟아진 ‘코어’ 트렌드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존재감으로 패션계를 장악 중이다.해적코어는 17~18세기 카리브해 해적들의 복식에서 유래한 스타일이다. 실존 인물인 에드워드 티치가 그러했듯, 러플 블라우스와 베스트, 벌룬 팬츠, 슬라우치 부츠, 삼각 모자, 반다나 등이 대표 아이템으로 꼽힌다. 오늘날의 해적 스타일은 단순한 코스튬을 넘어선다. 망망대해 속 끝없이 펼쳐진 모험은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해적은 시대가 자유와 불복종을 요구할 때마다 패션 역사 속으로 소환돼왔다. 특히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해적 스타일을 패션으로 끌어온 선구자다. 1981년 런던패션위크 데뷔작 ‘파이럿(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