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길을 열겠습니다' 지난 4개월간의 탄핵 광장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있다면 이 말이 아닐까? 탄핵안 1차 표결이 무산되어 답답함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든든한 위로의 말이 되어주었을 이 문장. 우리 사회의 여러 노동 문제에 항상 연대하고 투쟁해온 민주노총의 존재감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바깥에서 광장을 채웠던 수많은 청년들을 그렇다면 민주노총 안의 청년 활동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여전히 노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난무하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운동하는 청년'이란 어떤 의미인걸까. 탄핵 광장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민주노총 청년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이겨레 민주노총 청년특별위원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지난 6월 25일, 경향신문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청년과 노동운동의 만남,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민주노총에서 청년특별위원장과 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95년생 31살, 이겨레입니다. 국제노총 기준에서 청년위원장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임기 내에 국내법상 청년이어야 해서 강조해봤고요(웃음). 민주노총 내에서 청년 조합원의 의사를 대표하면서 한국 사회의 청년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부각시키고 투쟁하는 과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위원장으로서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민주노총 내외부에서 어떻게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계신가요?
"청년 조합원들이 자기 사업장 안에서 고참이 되면서 어떤 일정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 순간이 언젠가는 오게 돼요. 그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 청년들과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를 다루는 교육 사업을 하기도 하고요, 국민연금, 일자리 문제 등 실제 청년 노동자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연대하고 투쟁하는 역할도 중요하게 맡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도 대정부, 대국회 사업을 통해서 실제 현장의 청년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당사자 목소리를 듣는다고 타운홀 미팅, 정책토론회를 하게 되면 보통 낮 시간대에 움직일 수 있는 청년들 위주로 오게 돼요. 대부분의 청년들은 그 시간에 다 일해서 노조 활동도 힘든데 그런 자리는 어떻게 갈 수 있겠어요. 청년특위는 그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해요."
- 전통적인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청년과 노동조합의 만남이 쉽지 않았을 거라고 느껴져요. 청년 세대가 노동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우리는 노동에 대해 배우지 않고, 노동자가 될 것이니까 우리의 권리를 이렇게 지켜야 한다는 교육을 하지 않잖아요. 청년들이 노동자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거나 노조의 중요성을 못 느끼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노조에 들어간 청년들이 활동하기 쉬운 것도 아닌 게 여전히 노조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 많잖아요. 최저임금 선전전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쟤 빨갱이다'라고 욕하고 가는 게 여전히 있죠."
-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내부의 조직문화는 어떤가요?
"제 또래인 2030 청년들이 민주노총 내부에서 조금씩 자리를 채워나가고 있긴 하지만 많이 부족하죠. 소통이 쉽지 않아요. 최근에 광장이 열리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이 많이 늘었다고 느끼고, 청년들이 열렬히 지지하고 호응해주는 만큼 민주노총이 투쟁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청년들이 민주노총의 활동을 탄핵 광장 이전보다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소통이나 일상에서의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하거든요.
예를 들면 민주노총은 투쟁을 하루도 멈추지 않아요. 1년 365일 매일 매일 싸웁니다(웃음). 그런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나잇대의 청년들은 보통 그 시기에 이루어져야 된다고 여기는 연애, 결혼, 경제적 독립 같은 인생의 과업들에 집중하는 반면에 노동운동에 참여하면 그런 과업들을 미룰 수밖에 없어요, 개인의 삶과 운동의 사명감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민주노총 안에서도 이 삐걱댐과 충돌로 어려움을 겪는 동지들을 많이 봐왔어요. 운동 선배들과의 대화에서도 인식 차이를 많이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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