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은 이렇게 썼다. "한 사람이 오는 것은 그의 인생이 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은 한 사람의 일생이 다른 일생을 만나 과거와 미래를 그리는 일이다."
그 좋다는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도 그런 만남일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추억과 소망을 넘어, 자신들의 땅을 지키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의 염원을 품고 있다. 나는 이 만남을 통해 내방리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그려 보고자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생태 위기를 사는 우리들의 책무이자 인간의 존엄을 놓지 않는 길이 될 것이다.
"나는 살고 싶었어요"
햇살 좋은 4월,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어느 산자락에 자리 잡은 집에서 만난 김태수(79세)씨는 등걸 의자에 앉아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용한 어조였지만, 그 안에는 살아낸 시간과 지켜야 할 날들에 대한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2005년 대장암과 폐 전이를 진단받은 그는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가며 이주라는 결단을 내렸다.
"마석을 거쳐 결국 수동면으로 내려왔죠. 공기 좋고 물도 너무 맑았어요, 한 번 살 만한 곳이다 싶었답니다. 가족들과 함께 집을 짓고 아들 내외랑 손주까지 오손도손 어울려 집을 일궜죠."
땅은 그를 다시 살게 했다. 자기 손으로 밭을 일구기도 하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도시 생활과 사업으로 돌보지 못 했던 마음과 몸을 조금씩 회복해 갔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가족이 있었고, 자연이 있었다. 그리고 의지로 가득한 마음이 있었다. 가족과 환경의 응원을 받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던 어느 날 그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의 관이 떠올랐어요. 골프장은 그런 거예요."
어머니의 묘소 근처에 골프장이 건설된 후 병든 몸을 회복하며 오랜만에 방문한 동네는 예전 그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땅이 질척거리고, 관 안에는 물이 찼더라고요. 어머니 관이 떠오른 걸 본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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