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 연결이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핵심 열쇠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시 중구 필동 소재 '공간 하제'에서 열린 '기차로 세계여행' 2차 모임에서 김명환 평화철도 집행위원장(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철길 잇기의 의미'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현재 400km 내외의 남한 철도로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남북 철도 연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제강점기 '침략 도구'에서 동북아 '허브'로김명환 집행위원장은 철도의 역사적 의미부터 짚어나갔다. 그는 "산업혁명 시대 철도는 세상을 바꾼 혁신 기술이었지만, 식민지에서는 침략과 수탈의 도구로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조선 철도는 X자형 구조로 건설됐다. 경부선,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이 서울을 중심으로 교차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는 조선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대륙 침략을 위한 전략적 목적이었다.
"1940년대 동북아 철도망에서 한반도는 도쿄에서 시작해 베를린까지 이어지는 대륙 철도의 단순한 경유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과 평양을 중심으로 한 진정한 허브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일제는 철도 부설권을 통해 외교권, 치외법권, 개발권을 확보했다. 남만주 철도 주식회사는 일본 정부와 민간이 50:50으로 출자한 공기업으로, 철강·탄광·제철소를 운영하며 동아시아 지배의 핵심 기구 역할을 했다. 1917년부터 1925년까지 조선 철도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분단은 한반도 철도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 일제강점기 4000km에 달했던 철도망이 남한만의 400km로 축소됐다. 대륙 연결이 불가능해지자 한국은 일본처럼 속도 경쟁에 의존하게 됐다.
"KTX를 건설해 고속화를 추진했지만, 400km 내외의 거리로는 도로 교통과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최소 1500-2000km의 운행 거리가 확보돼야 철도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김 집행위원장은 "부산에서 원산, 함흥, 나진으로 이어지는 동해선을 활용하면 1000km 이상의 운행이 가능하다"며 "여기서 단둥-베이징, 블라디보스토크-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연결되면 진정한 대륙 철도가 된다"고 강조했다.
속도보다 연결, DMZ 일대가 새로운 성장 동력김 집행위원장은 "철도는 속도가 아니라 연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KTX 1열차(서울-부산 무정차)가 폐지된 사례를 들며 설명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가는 1열차가 있었지만 나중에 손님이 잘 타지 않았습니다. 서울-부산 간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는 중간중간에 내리는 사람들이 필요한데 이들이 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항철도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민자로 급행 운행했지만 2조 5천억 적자를 내고 철도공사가 인수했다. 철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첫 번째 과제는 공항철도 환승역을 만드는 것, 즉 연결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