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가 대검찰청에 쿠팡 사건을 불기소하게 만든 자신의 상관들을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으로 형사처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오마이뉴스>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통해 A 부장검사의 대검찰청 진정서(감찰 및 수사의뢰서)를 확보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2024~2025년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선 수사 뭉개기와 검사-김앤장 변호사의 수사 정보 공유 등이 있었다.
당시 부천지청의 지휘 체계는
①엄희준 부천지청장(사법연수원 32기) →
②'부천지청 2인자' 김동희 차장검사(34기) →
③A 부장검사(36기)다. '친윤 검사', '윤석열 사단' 평가를 받는 엄희준 검사는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장검사를 맡아 이재명 대통령 대장동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으로 근무했으며, 지난 8월 인사에서 일선 수사업무를 하지 않는 광주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았다.
엄희준 검사는 진정서 내용을 두고 "거짓"이라면서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김동희 검사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입수한 진정서를 바탕으로 부천지청에서 일어난 일을 재구성했다.
[사건의 발단] 노동청, 압수수색으로 핵심 증거 확보... 압수수색 계획 정보 유출도'쿠팡 일용직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은 지난 2023년 5월 쿠팡이 단기사원 취업규칙을 변경·시행함에 따라 1년 이상 일하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촉발됐다. 퇴직금을 떼인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2023년 말부터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쿠팡 CFS) 엄성환 대표이사를 고소하거나 관련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2024년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부천 노동청) 수사가 본격화됐다.
다른 노동청은 같은 내용의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부천 노동청은 지난 1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대법원 판례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일용직 노동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9월에는 쿠팡 CFS 사무실과 엄성환 대표이사 집무실 압수수색에서 쿠팡 내부 문건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쿠팡이 퇴직금 지급 대상자를 줄이려는 의도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이 과정에서 대법원 판례가 제시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겼다. 변경된 취업규칙이 무효라면, 쿠팡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압수수색 계획이 사전에 유출된 것이다. 구체적인 일시는 압수수색을 직접 진행하는 노동청 관계자 극소수만 알고 있었고, A 부장검사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압수수색 2시간여 전 김동희 차장검사는 A 부장검사에게 전화해 "노동청에서 쿠팡을 압수수색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부장님이 청구했냐"고 물어왔다.
김동희 차장검사는 압수수색 계획을 어떻게 알았을까.
[검사와 변호인의 관계] 차장검사 "무혐의 명백한 사건, 힘 뺄 필요 없다"A 부장검사는 쿠팡 사건 불기소결정에 쿠팡의 로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A 부장검사는 처음 쿠팡 사건을 검토해 김동희 차장검사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노동 사건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김동희 차장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사건은 다른 청에서도 모두 무혐의하는 사건이다.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라 힘 뺄 필요가 없다. 나도 수원지검에서 공안부장할 때 무혐의했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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