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극우' 추적 10년의 결론..."이명박이 뿌린 씨앗, 윤석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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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문제를 일찍이 인식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뿌리를 추적해온 인물이 있다. 바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아래 노무현재단)의 황희두 이사다. 프로게이머 출신이었던 그는 한때 극우 커뮤니티에 깊이 휩쓸려 '키보드 워리어'로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과오를 직면하며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후 그는 국가 권력이 온라인 여론을 조직적으로 조작해 온 실체를 파헤치는 데 매달려 왔다. 최근 출간한 <사이버 내란 - 댓글 전쟁>은 단순한 인터넷 문화 현상이 아니라, 국정원과 군, 뉴라이트 세력이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벌여온 장기 심리전을 추적하고, 그 고리를 끊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정치권에서는 황희두의 주장에 대해 "댓글 몇 개 단 걸로 뭘 그리 호들갑이냐"고 무시하고 냉대하기도 했다. 그렇게 황희두는 홀로 10년을 싸웠다. 이 문제는 단순한 댓글이 아니라 국민의 정신을 겨냥한 전면전이라는 사실을 알려왔다. <사이버 내란 - 댓글 전쟁>은 그 집념의 결과물이자,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눈 감아서는 안 될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경고장이다. 이 책은 지금 청년 세대와 민주주의 전체가 어떤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황희두 이사의 개인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 모욕주기 3단계' 전략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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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극우 커뮤니티에 깊이 휩쓸렸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때의 자신을 지금 돌아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

"그 시절 나는 일본을 무작정 우호적으로 바라봤고, 중국과 북한은 이유 없이 싫어했다. 민주당은 페미니스트, 종북, 친중, 위선자들의 집단이라고 굳게 믿었다. 커뮤니티에 빠져 그게 진리라고 믿어왔다는 점에 관해 부끄럽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그리고 분노가 뒤따른다. 그 모든 과정은 사실 국가 공권력이 동원된 정교한 심리전이었고, 그 정밀한 타깃은 나와 같은 10, 20대 남성이었다.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전략적이었고, 뿌리는 거대하게 뻗어 있었다. 국가가 나서 국민의 세금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곧 내가 이 사이버 내란 세력을 10년간 추적하고, 결국 책까지 쓰게 된 계기가 됐다."

- 얘기한 것처럼 최근 지난 10년의 기록을 묶은 책 <사이버 내란 - 댓글 전쟁>을 출간했다. 어떤 책인지 저자가 직접 소개한다면?

"우리는 지난 2024년 12월 3일 물리적 영토에서 벌어진 내란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훼손돼 온 것은 정신적 영토였다. 특히 보수를 자처한 정치 세력은 집권할 때마다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온라인 공론장을 오염시켰다. 이는 단순한 인터넷 문화 현상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장기 심리전이자 자국민을 향한 정치 공작이었다.

<사이버 내란 - 댓글 전쟁>은 이 과정을 추적하고 맥락을 복원하려는 기록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심리전단·군 정보기관·뉴라이트를 동원해 벌인 여론조작과 공작, 그리고 그 세력이 윤석열 정부와 어떻게 이어졌는가를 한 축으로 다룬다. 다른 한 축은 디시, 일베저장소(아래 일베) 등 극우 성향 커뮤니티 그리고 이와 유사한 펨코를 등에 업은 이준석이라는 변종 정치인, '이대남' 현상 등이다. 동시에 오랫동안 고민해 온 이 고리를 끊을 방법에 관해서도 함께 다루었다."

- 이명박 정권이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벌인 여론조작과 공작 중에서 대표적인 것 하나만 꼽는다면?

"이명박 정부 당시 여론조작의 정점에 있는 인물을 단 한 명만 꼽으라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그는 2009년 2월 국정원장에 임명된 뒤 심리학자와 언어학자까지 자문으로 불러들여 '심리전 매뉴얼'을 정교하게 설계했는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략 가운데 하나가 악명 높은 '모욕주기 3단계'였다. 그 대표적 희생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1단계는 '권위 훼손'이다. 노무현은 깨끗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댓글과 게시물, 커뮤니티를 통해 부패했다, 뒤가 구리다는 프레임을 조직적으로 퍼뜨렸다. 그 결정적 사건이 바로 '논두렁 시계' 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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