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도 주목한 '구양리 모델'의 성공 조건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농정공약을 보면, '기후농정'이라는 새로운 표현이 정책 용어로 등장한다. 만약 이 용어가 단순히 기후위기와 농업정책을 결합한 수준에 그친다면,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정책적 개념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정책으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고 있다면 그 의미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 글은 '기후농정'이 패러다임의 전환으로서 이해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기후위기, 식량안보 개념도 새롭게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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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겪고 있듯, 기후의 변동성 및 불안정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농업 생산과 공급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져,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농산물은 수요가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과거에도 가격의 폭락이나 폭등이 있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이러한 시장실패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경제 측면에서 소비자인 국민과 생산자인 농민을 동시에 보호하기 위한 농산물 가격 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책임과 시장개입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으며,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장치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농망법'이라는 딱지를 붙인 '농업 4법' 가운데, 새 정부가 공약한 양곡관리법 개정이나 농산물가격안정법 개정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농정 전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천재지변 등 비상사태를 대비한 식량안보도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한 가격안정 역시 식량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UN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식량에 대한 권리(right to food)', 즉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기본적 권리이기도 하다.

나아가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을 위한 먹거리 보장(돌봄)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는 것, 친환경 무상급식에서 시작된 공적 조달과 공공 급식 프로그램을 생애주기별로 촘촘하게 확충해 나가는 것 역시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을 위한 식량안보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하여 긴급한 경우에서의 '끼니돌봄 제도' 도입, 취약계층에 대한 농식품 바우처 확대,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어린이 과일간식 제공 등 새 정부가 공약한 다양한 정책들은 구체적인 내용 면에서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지만, 방향성만큼은 제대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농업 생산을 뒷받침하는 생태계

기후위기는 종래에 없던 새로운 병충해를 발생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작물 생산에 핵심적인 온도, 일조량, 습도, 강우량 등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하고 있다. 그런데 종자와 생육(生育), 농약과 방제(防除), 비료와 시비(施肥) 등 농업 생산을 뒷받침하는 농자재 산업 및 기술 생태계는 이러한 변화에 아직도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과 기술 생태계의 준비 부족과 적응력 미비는 결국 농가의 부담으로 귀결되고 있다. 농작물 재해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재해대책이나 재해보험으로는 이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가 떠안고 있다. 농자재 산업 및 기술 생태계의 뒷받침이 부족한 농가는 어쩔 수 없이 과도한 농업노동을 투입해 대응하고 있으며,이로 인해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의 증가라는 추가적인 비용과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농가의 부담과 고통을 줄이고, 농업 생산·공급의 변동성 및 불안정성을 해소하려면,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는 종자와 생육(生育), 농약과 방제(防除), 비료와 시비(施肥) 등 새로운 혁신 생태계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산업과 기술의 혁신을 위해서는 농업 연구개발(R&D) 투자를 기후위기 적응 분야에 집중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아쉽게도 이러한 부분은 새 정부의 농정공약에서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다. 다만, 농업재해와 관련하여 농가의 부담을 줄이는 재해대책 및 재해보험을 '농업 4법'의 하나로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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