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 비판, 신학의 한 융합

나는 민중신학의 관점과 방법을 갖고서 사회윤리를 전개하는 신학자이다. 나는 안병무, 서남동 등이 개척한 초기 민중신학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정치경제학적 현실분석과 신학적 성찰을 서로 결합해서 민중운동에 참여하는 기독교인들의 실천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했고, 그러한 실천 이론을 '운동의 신학'이라고 명명했다.

'운동의 신학'은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한 민중신학의 한 유형으로서 한국 신학사에서 맑스주의(마르크스 주의)를 신학 안으로 끌어들여 둘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자 한 최초의 시도였다. '운동의 신학'은 ① 민중 현실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 ② 민중의 삶을 얽매는 질곡을 해체하기 위한 운동 전략의 수립, ③ 그 운동을 펼치는 기독교인들의 실천 전략의 수립, ④ 그러한 기독교인들의 실천을 뒷받침하는 신학적 근거의 확립 등의 단계로 전개된다. 그것은 문제 지향적이고 실천 지향적인 신학 구성의 이론이고, 가장 철저한 의미에서 사회윤리학을 지향하는 신학 이론이며, 관념론과 형이상학으로부터 신학을 해방하고자 하는 가장 철저한 '유물론적 신학'이다.

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운동의 신학'의 기본 관심사에 충실하게 사회윤리학을 전개해 왔다. 사회적 불평등과 생태계 위기가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하여 나타나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 대응해서 나는 정치경제학 비판과 생태학을 결합하는 생태학적 경제학을 구축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노동과 자연의 해방을 추구하는 실천 이론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왔다.

그러한 생태학적 경제학은 생태계와 경제계 사이의 에너지-물질 순환의 틀에서 생태학과 정치경제학 비판을 통합하는 이론이고, 자본의 축적과 팽창 기제가 사회적 가난과 생태계 위기를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한다고 분석한다. 생태학적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과 생태계 보전은 별개의 과제로 설정되지 않고, 동시에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를 동시에 구현하는 방안은 노동과 자본의 권력균형을 이루고 생태계와 경제계의 권익균형을 실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생태학적 맑스주의에 바탕을 두고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를 설계한 저술로는 강원돈의 <기독교경제윤리론: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제안하는 시장경제의 규율 방안>을 보라.)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