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사회적 기업 사형 선고'... 제주도 사람들이 극복한 방법

제주는 화산섬이다. 그것도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화산섬으로 마지막 화산활동이 약 3000년 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섬이라는 특성과 척박했던 자연환경 때문인지 제주사회는 더욱 단단하게 유대해야 했다. 가족을 중심으로 집성촌이 형성되었고 '괸당문화'라는 것이 생겨났던 이유는 한 식구라도 더 '우리'의 범주에 더해서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제주였다고 마냥 못사는 것은 아니었다. 제주는 삼무(三無)의 섬이다. 도둑, 대문, 거지가 없다고 해서 붙여졌다. 대문은 바람이 워낙 강해서 대문을 대신하는 정낭을 두었기 때문이라 하고, 정낭을 둘 수 있었던 이유는 척박했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주도민들이 선택한 특유의 '다정함', '유대' 때문이었다.

제주의 공동체성은 전국에서도 손꼽힌다. 공동목장을 운영하는 마을회, 공동어장을 관리하는 어촌계가 있고 한 해의 무사안녕을 기리는 포제와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하는 공동세배가 있다. 그래서 제주는 참 좁다고 했다. 물론 이런 문화는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4.3 사건을 거치고 자본이 제주를 삼키면서 언젠가는 당연했던 '수눌음 정신(상부상조)'을 이야기하는 공동체가 정말 귀해졌다.

다시 연대를 말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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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금융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에서 자발적인 연대를 통한 자조기금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애석하게도 2020년 우리 모두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19가 시작이었다. 지역의 유력 협동조합이 쓰러지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동료·후배 기업가들이 다시는 사회적기업가가 제주에서 홀로 쓰러지게 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 생겨난 것이 제주사회연대기금 '제주고팡'의 시작이다.

제주고팡은 2021년 생드르영농조합법인의 김기홍 전무를 중심으로 제주내일 사회적협동조합의 좌경희 전무,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강호진 대표,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임현정 센터장 등의 지역 사회적경제 활동가가 초기 모델을 구상해 냈다.

이때 재단법인 밴드의 김선영 이사가 자조기금의 운영 원칙 등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사업을 기획하는데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2022년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총회를 통해 제주사회연대기금의 출범을 위한 초기자금 1천만 원의 출연과 사업 운영을 승인하고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착수한다.

그리고 2022년 6월 28일, 30여 개의 단체와 개인이 부금협약 또는 출연의 형태로 1억 3천만 원을 모아 제주사회연대기금인 '제주고팡'이 출범한다. '고팡'은 제주어로 곳간을 뜻한다. 단순히 돈을 모으는 금고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자원을 쌓아두고 필요할 때 꺼내어 쓰는 연대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제주고팡은 그렇게 긴급한 자금 수요가 있는 제주도 내 사회적경제조직을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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