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77년 만에 검독수리가 번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제주 한라산 북쪽의 가파른 절벽에서 번식이 확인되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대형 맹금류 검독수리가 번식 둥지를 틀고, 암수 한 쌍이 새끼를 기르는 모습을 확인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진이 망원 카메라로 촬영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77년 만에 검독수리의 번식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국립생태원이 지난 몇 년간 치밀하게 추적한 결과다. 지난해 7월, 제주대학교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이 한라산 북쪽 인근에서 어린 검독수리 한 마리를 구조했으나, 새끼는 사흘 만에 폐사하고 말았다. 당시 남겨진 사체 샘플은 국립생태원에 제공됐고, 이를 계기로 정밀 조사가 추진됐다.
국립생태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와 협력해 정식 조사 허가를 받은 뒤, 올해 4월부터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와 함께 한라산 북쪽 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약 90m 높이 절벽의 1/3 지점에서 지름 2m, 높이 1.5m에 달하는 거대한 둥지를 발견했다. 마른 나뭇가지를 층층이 쌓아올린 둥지 안에는 솔가지와 마른 풀잎이 깔려 있었다.
5월 조사에서는 성조로 추정되는 암수 두 마리와 새끼 한 마리가 함께 있는 장면이 원격 촬영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두 성조 모두 최소 6년 이상 자란 어른새로 보았으며, 새끼의 성별은 외형만으로 판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7월 조사에서는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이소 과정이 관찰되었다. 국립생태원은 검독수리가 번식지를 쉽게 옮기지 않는 습성을 지녔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도 같은 장소에서 안정적으로 번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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