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친환경 관광(Ecotourism)'이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생태 관광 산업은 2023년 기준 약 1003억 달러 규모에 달하며, 2030년까지 약 14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5.1%의 성장률이 기대되는 이 시장은, '지속 가능성'을 내세우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1]
하지만 시장의 성장이 반드시 환경 보호의 성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관광 상품을 포장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며, 실질적인 자연 훼손이 가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연을 보호하겠다며 시작된 생태 관광이 또 다른 개발과 소비의 얼굴이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관광 요트의 역설제주에서는 남방큰돌고래를 보기 위한 관광 요트가 '친환경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투어는 돌고래 보호를 내세우며, 돌고래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 기여하면서, 돌고래 서식지 접근성을 높여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2]
특히 요트에서 발생하는 소음 공해는 돌고래의 의사소통과 먹이 사냥에 방해가 된다. 또한 인간과 지속적인 접촉으로 돌고래의 행동 패턴 변화와 스트레스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새끼를 잃은 어미 돌고래가 시체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돼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3]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지난해 12월 환경재단이 운영하는 '그린보트' 프로그램이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4]
상업주의로 물든 '그린보트'?크루즈 산업 자체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독일 자연보호협회(NABU)에 따르면 대형 크루즈선은 하루 약 380톤의 연료를 소모해 자동차 8만 4000대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하루 1톤 이상의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환경재단이 운영하는 '그린보트'는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의지를 담아 출범했지만, 일각에서는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등은 "그린보트는 실질적인 친환경보다 체험 소비 중심의 사치성 여행"이라며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텀블러 사용이나 종이 빨대 제공과 같은 '작은 실천'들이 거대한 크루즈 운항으로 인한 환경 부담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5]
이에 대해 그린보트 측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특별한 항해"라며 운영의 취지를 설명했다. 환경재단 김성환 부장은 "그린보트는 환경문제를 논의하고 실천적 해법을 모색하는 장으로, 많은 사람이 함께 교류하며 환경 보호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제공한다"며 "다양성을 포용하며 진입 장벽이 낮은 환경 프로그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린보트는 맹그로브 식재, 탄소 배출량 감축, 채식 데이 운영, 선내 일회용품 최소화 등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에도 크루즈라는 운송 수단 자체가 가진 환경적 한계를 온전히 극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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