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가족을 벌어 먹였지만 결말은 허망했다. 2007년 12월 어느 날 송지아 씨는 함북 무산읍에 있는 자신의 집에 조용히 들어섰다. 장사 밑천을 모두 잃은 직후였다. 북한에서 장사가 망하는 이유는 많지만 그중 첫째 이유를 꼽는다면 밑천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날 그는 청진으로 가지고 가던 휘발유 100리터를 당국 단속에 걸려 빼앗겼다. 옥수수 300kg을 바꿀 수 있는 양이었다. 풀죽을 해 먹으면 가족이 반년 이상 먹고살 식량이었다.장사가 불법인 북한에선 안전부나 보위부 단속반이 눈을 부릅뜨고 사냥거리를 찾는다. 그들은 빼앗아야 먹고살 수 있는 하이에나 떼다. 송 씨도 먹잇감이 됐다. 당국이 공급해 주지도 않는 휘발유이지만 개인이 유통하는 순간 밀거래범이 된다.집에 들어간 송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옷을 벗어 벽에 걸고 집에 있는 제일 낡은 옷을 꺼내 입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먼 길 떠날 결심을 하고 나니 괜찮은 옷이라도 두 여동생에게 남겨 두고 싶었다.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