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밥 들고 '10시간 항의', 대체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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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20여 명이 지난 4일 오전 9시 40분께 농림수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을 찾아갔다. 담당부서장실에 들어간 이들은 의자에 앉아 용기에 담아온 밥을 탁자 위에 올려놨다.

점심도 김밥으로 해결한 어르신들은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이 끝난 뒤인 이날 오후 7시 가까이가 돼서야 건물을 나왔다. 담당자의 사과와 함께 '쌀을 검사하겠다'는 확답을 받고서다.

어르신들은 대체 무슨 일 때문에 무려 10여 시간 동안 이곳에서 버텼던 것일까. 창원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 어르신들로, 하루전날(3일) 경로당에서 벌어진 '복지용 쌀 품질 문제' 때문이었다.

4일 현장에선 온갖 말이 쏟아져나왔다. "개돼지도 이런 밥은 안 먹을 거다"라거나 "밥에 힘이 없다" "밥에 건기가 없다" "농사 몇십 년 지어도 이런 밥은 처음" "미국산 현미를 수입해서 도정한 뒤에 섞은 쌀 아니냐" "검사를 제대로 했느냐" 등이었다.

또한 이들은 "우리는 복지용 쌀 받으면 그대로 밥을 짓지 않고, 찹쌀을 섞는다" "그(복지용) 쌀로 밥을 하지 않고 떡을 하는데 쓴다"라는 발언도 나왔다. 머리카락이 희끗한 할머니들은 평생해 온 밥짓기의 실력을 '자랑'하듯 탁자 위에 올려놓은 밥에 대해 혹평했다.

어르신들 뿔난 이유 "경로당에 온 쌀 검증해야 한다"

시계를 돌려 지난 3일 수정마을 경로당. 주민 50여 명이 모였다. 경로당에 온 복지용 쌀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민원이 제기됐고, 창원시청과 구산면사무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복지용 쌀은 경로당이나 기초생활수급자, 학교나 군대 급식에 사용되는 쌀을 말한다. 벼 수매 과정에서 매겨진 '특등', '1등', '2등', '등외' 가운데 '특‧1등'을 도정한 쌀을 공급한다. 낮은 등급을 받거나 수입 쌀은 벼는 떡, 과자, 술 등 가공용으로 쓰인다.

수정마을 주민들은 '지원된 복지용 쌀이 미국산 현미를 다시 도정해 국산과 섞었거나 품질이 낮은 쌀'이었고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쌀에 대한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농산물품질관리원 담당자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따지듯이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일구 마을발전위원장이 하는 통화 내용을 휴대전화기 소리를 키워 주민들이 다 들었다는 것. 강일구 위원장은 4일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출장을 나와 설명을 해주면 되는데, 통화내용을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왔다"라며 "경로당에 온 쌀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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