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었다"... 30년 어부의 한숨, 물 밑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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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다. 움직임이 없다.
푸른 물결은 사라졌다.
바다는 숨을 멈췄고, 생명은 자취를 감췄다.
이곳은 지금 천천히 무너지는 동해안 바닷속이다.

우리는 종종 산불과 같은 육상의 재난에 대해서는 재난재해를 선포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그러나 바닷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상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산불이 발생하면 정부와 사회는 신속하게 대처한다. 하지만 바닷속의 위기는 방치되고 있다. 바다의 생명선인 해양 생태계가 무너지는데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바다사막화',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될 바다의 비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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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사막화'는 수온 상승, 오염, 해양 개발 등으로 해조류와 해초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다. 한때 울창했던 바다숲은 황폐한 모래밭과 하얀암반으로 변해가고, 그곳에 기대어 살던 해양 생물들은 서식지를 잃고 떠난다. 어민들은 "바다생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해양과학자들은 "바다의 사막화가 현실이 되었다"고 경고한다.

해조류는 단순한 바닷속 식물이 아니다. 해양 생물에게는 집이자 먹이이며, 인간에게는 귀중한 식량 자원이다. 더불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 바다의 변화를 외면할 수는 없다. 바다 역시 재난의 한가운데에 있다.

강원 양양에서 30년 넘게 어업에 종사해온 박철부 어촌계장은 요즘 바다에 나가는 일이 예전만큼 반갑지 않다고 말한다.

"예전에는요, 그냥 바다에 나가 그물만 던져도 가자미고 광어가 잘도 잡혔습니다. 해조류가 많으니까 물고기들도 그 안에 숨어 살고, 산란도 하고 그랬죠. 근데 요 몇 년 사이 바닷속이 이상해졌어요. 해조류가 싹 없어지고, 바닥이 그냥 모래밭이에요. 텅 비었어요. 물고기가 있을 리가 없죠."

박 계장은 이 현상을 '바다에 생기가 없어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예전에는 맨눈으로도 보이던 바다숲이 지금은 거의 사라졌고, 물고기의 양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육지에는 대책, 바다에는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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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바다에 대해 너무 무심하다. 육지에서는 산불이 나면 뉴스 속보가 뜨고, 정치권과 지자체 장이 앞다투어 현장을 찾는다. 그러나 바다의 해조류가 죽어가도, 바다숲이 사라져도, 그것이 뉴스가 되기는커녕 제대로 조사조차 되지 않는다.

'바다식목일'이라는 이름으로 5월 10일마다 바다에 해조류를 심는 행사가 있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친다. 시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낮고, 정책과 예산도 부족하다. 진정한 복원은 단지 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바닷속 생태환경을 회복하고, 사라진 생물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복원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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