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넘쳐나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도민이 결정하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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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산등성이 잔설이 아침 햇살에 녹아 중산간 드넓은 초지에 좌정한 오름들 사이사이 연둣빛 이슬로 반짝입니다. 제주에 봄이 왔습니다. 늦은 동백꽃이 숨죽인 통곡에 툭툭 떨어지고, 남쪽 바다 습한 기운이 섬에 와 닿을 즈음 제주의 여름이 시작됩니다. 저녁 붉게 물든 하늘빛이 온 섬을 삼키고 오름마다 피어난 억새가 봉수대 횃불처럼 흔들립니다. 이제 제주의 가을입니다. 이른 아침 언 손 녹이는 모닥불 연기가 제멋대로 날리고, 당근, 무, 감자밭에 수확 일손이 바쁩니다. 농번기인 사람 사는 제주의 겨울 풍경입니다.

제주는 그 자체로 보물입니다. 팔십 평생을 산 어르신도,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에게도, 4박 5일 여행 온 여행객에게도 정도의 차이일 뿐 제주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섬 곳곳이 국제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와 공동체 역시 제주의 매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언제부턴가 사라진 '제주다움', 이유는

하지만 언제부턴가 제주다움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주의 1인당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전국 평균 2배 가까운 수치로 전국에서 제일 높습니다. 처리시설 부족으로 제때 처리하지 못해 쓰레기를 압축 포장해 보관하기도 했고, 필리핀에 불법 반출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하수 발생량도 급증해 하수처리장에서 실시간 처리 부족으로 그대로 바다로 방류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다환경이 악화하면서 해녀들이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상수도 사용량도 늘어 급수시설 부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급속한 증가는 교통체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제주시내 일부 구역의 정체수준은 서울의 심각한 정체구간보다 높다는 보고입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급격한 인구 증가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0년을 전후해서 저비용 항공사들이 설립되고, 줄줄이 제주 노선 취항을 합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양대 항공사 구조에서 다변화되면서 육지에서 제주로의 접근성은 훨씬 높아졌습니다. 항공료도 저렴해져 여행 부담이 훨씬 낮아집니다. 이때부터 관광객 수는 어마어마하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덩달아 주민등록 주소를 옮겨 제주로 이주하는 이주민도 크게 늘었습니다. 줄곧 500만 명대에 머물던 제주 관광객은 2010년 700만 명대로 급증하고, 2013년 관광객 1천만 명을 돌파합니다. 제주도는 제주관광 2천만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조사'를 통해 제주에 또 하나의 공항을 추가 건설하는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합니다. 그 예정지로 성산읍을 확정 발표합니다. 그러나 예정지 피해지역 주민들은 주민 동의도 없이 발표한 계획은 무효라며 즉각 반발하였습니다. 시민사회 역시 제2공항 계획의 타당성을 문제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첫째, 제주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피해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이 정부와 제주도를 향해 하는 질문입니다. 제2공항 계획 발표 전까지만 하더라도 관광객이 많이 오면 좋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었지만 생활환경의 부하와 생태계·경관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제주도민의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과잉관광과 과도한 관광개발에 따른 문제를 방기한 채 제2공항 건설로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겠다는 발상은 제주도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속가능한 제주관광을 위한 관광산업의 질적 변화와 관광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따라서 관광객의 증가를 전제로 한 제2공항 건설계획은 타당성이 없습니다.

둘째, 국토부의 항공수요 예측, 믿을 수 있을까요? 국토부는 제2공항의 필요성으로 늘어난 항공수요를 제시하고 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 수요 예측은 계속해서 줄어듭니다. 제2공항 건설계획의 근거가 된 2015년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제주의 장래 항공수요를 연간 4560만 명으로 예측했다가 2019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4108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에는 연간 3970만 명으로 또 축소됐습니다. 국토부는 현 제주공항의 2단계 확충을 통해 연간 3940만 명을 수용하는 계획을 세운 바 있습니다. 이를 시행하면 굳이 제2공항이 필요 없는 셈이지요. 더군다나 국토부가 제시한 항공수요 예측은 우리사회의 고령화 추세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이를 반영한다면 그 수요는 더 낮아져 제2공항 건설의 타당성은 사라지게 됩니다.

셋째, 제2공항 예정지는 항공기 조류 충돌로부터 과연 안전할까요? 항공기 조류 충돌의 위험성은 이미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도 알게 됩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조류를 보호하고, 조류충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13km 이내를 위험구역으로 보고, 최소 8km 이내에는 조류보호구역을 둘 수 없고, 3km 이내에는 양돈장이나 과수원도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국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최근 국토부는 이러한 기준 강화도 예고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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