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퍼마켓의 파격... 비싸고 불편한데 사람들이 찾는다?

작은 물건 하나를 구매해도 비닐, 종이, 플라스틱이 겹겹이 따라붙는다. 과대포장으로 인한 자원 낭비와 폐기물 문제가 전 세계적인 난제로 떠오른 가운데, 독일에서는 '운페어팍트(Unverpackt)'라는 대안적 소비 문화의 흐름이 퍼지고 있다. 독일어로 '포장되지 않은'이라는 의미의 '운페어팍트(Unverpackt)'는 매장에서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빈 용기를 가져와 제품을 필요한 만큼 담아 구매하는 방식을 말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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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독일 베를린에서 문을 연 '오리지널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는 독일 최초로 일회용 포장재를 완전히 배제한 슈퍼마켓이다.[2] 이곳에서는 식료품, 화장품, 청소용품 등 600여 종의 다양한 제품을 별도 포장 없이 판매한다.[3] 제품은 개별 포장 없이 투명하고 커다란 디스펜서에 담겨있으며, 소비자는 각자 가져온 빈 용기에 제품을 필요한 만큼만 덜어 담아서 구매한다.[4]

'오리지널 운페어팍트(OriginalUnverpackt)'는 "포장 광기에 맞서는 쇼핑(Einkaufen gegen denVerpackungswahnsinn)"이라는 슬로건 아래에, 포장재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기존 쇼핑 방식에 대안을 제시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일상 속에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비자가 더 의식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산업 전반에 변화의 계기를 일으키는 것 또한 목표이다. 경영 철학은 "제품의 전체 공급망에서 포장 없이, 최소한의 포장만 사용하는 것"이다.

당연히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포장 매장 운영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오리지널 운페어팍트 지점 관리자 파울리네는 서면 인터뷰에서 "많은 공급업체가 여전히 일회용 포장에 의존하며, 친환경적인 대용량 포장은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라며 "포장하지 않거나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에 납품하는 유기농 공급업체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파울리네는 "유기농 등 알부 품목의 가격은 대형 체인점이나 할인점에 비해 저렴하지는 않은 편인데,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과 공정한 유통, 소규모 구매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매장 설계, 제품 배치, 운영 방식 등 모든 요소가 제로웨이스트 개념에 맞춰 조정되어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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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은 자신만의 용기를 사용하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계량 스쿱, 유리병 등을 이용해 구매할 제품을 직접 담아야 하는 수고에도 사람들이 '오리지널 운페어팍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울리네는 "고객 대부분이 포장재 없이 필요한 만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낀다"라며 플라스틱과 포장폐기물,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데에 기여한다는 "깬" 소비자 의식이 가장 큰 동인이라고 전했다. 지역 생산, 공정무역, 유기농 등 의식 있는 소비를 통해 고객이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에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워크숍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운페어팍트'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오리지널 운페어팍트'를 시작으로, 2024년 현재 독일에는 235개 운페어팍트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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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건너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레인보우 그로서리(Rainbow Grocery)'에도 '벌크(bulk)' 코너가 있다. 여기서는 포장 없이 대량으로 진열된 제품을 소비자가 개인의 포장 용기에 원하는 만큼 담은 후 무게에 따라 계산한다. 채소나 과일 외에 샴푸, 세제, 오일류 등 800개 이상 제품이 진열되어 있으며, 커피, 그래놀라, 올리브, 밀가루, 초콜릿, 쌀, 콩 등을 한 꼬집 또는 1파운드(약 450g) 어치만 구매할 수도 있다.[6]

일상이 된 과대포장

환경부에 따르면 생활폐기물의 35%는 포장폐기물이다.[7] 특히 명절 연휴 기간에 폐기물이 급증하는데, 명절 선물의 과한 포장이 주요 원인이다. 환경부가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추석 연휴 쓰레기 발생 현황'을 통해 2019년 11만 8412톤인 쓰레기가 2023년 19만 8177톤으로 4년 사이 1.6배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8]

커지는 배달음식 시장에서도 포장폐기물이 문제다.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재질이라도 음식물에 오염되거나 비닐로 밀봉된 형태의 용기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국내 상위 3개 음식 배달앱(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에서 배달음식 상위 10개 메뉴, 총 30종을 분석한 결과, 메뉴당 평균 23개(180.9g)의 일회용품이 사용됐다. 나무젓가락 등을 제외한 플라스틱 소재 용품은 메뉴당 평균 18개(147.7g)이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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