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 하비에르 신부 "하느님께서 부르신 길, 한국에서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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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부에서 태어나 지금은 한국 땅에서 사제로 살아가고 있는 해미국제성지 하비에르 신부.
3년 전, 쌍둥이 형 제임스 신부와 함께 방송인 유재석씨가 진행하는 '유퀴즈'에 출연하여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그리고 한여름의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10일, 그는 해미국제성지에서 조용히 우리를 맞았다.

태양은 중천을 떠나지 못한 채 열기를 내뿜고, 나무들조차 숨죽인 듯 고요한 성지에서 만난 하비에르 신부님은 브라운관에서 보았던 그 미소 그대로였다. 잔잔한 말투, 따뜻한 눈빛. 말수는 많지 않았지만 존재만으로도 우리는 '이방인'이 아닌, 이 땅에 깊이 뿌리내린 '사제'를 마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만남을 통해 하비에르 신부의 성장 배경, 한국과의 인연, 그리고 사제로서 품고 있는 소명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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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출연으로 쌍둥이 형님도 신부님인 걸로 안다. 가족관계를 듣고 싶다.

"저는 4형제 중 둘째로 쌍둥이 형과 함께 사제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형은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같은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동생은 결혼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막냇동생은 현재 사제직을 지망하여 교구 신학생으로 공부 중이다. 가톨릭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인 아버지와 역시 가톨릭 학교 교사 재직 중인 어머니는 두 분 모두 깊은 신앙 안에서 저희를 키워주셨다."

-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형제들이 신앙 안에서 자란 듯하다.

"맞다. 저희 집안은 조상 대대로 천주교 신앙을 지켜온 전통이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4형제에게 라틴 성가나 성인 성녀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자란 타밀나두주는 천주교가 소수지만, 우리 마을은 100% 천주교 신자로 이루어진 곳이다. 역사가 깊어 '교우촌'이 많이 남아 있을 정도로.

사실, 많은 분들이 인도를 힌두교나 불교 중심의 나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초창기부터 천주교 신앙이 뿌리내린 나라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토마스 사도께서 인도 케랄라주와 타밀나두주에 오셔서 복음을 전하시다가 순교하셨다. 그 영향으로 인도에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신앙 공동체가 형성됐고, 박해 속에서도 믿음을 지켜온 숭고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인도는 힌두교 80%, 이슬람교 15%, 천주교는 2% 정도다. 인구가 워낙 많아 성직자와 신자 수만 놓고 보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천주교 공동체를 가진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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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서 30일 간 사제로 있었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제 모국어는 타밀나두주(州)로 타밀어를 쓴다. 성당에서 강론할 때였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수도 생활을 하고, 사제양성을 받아 코로나 시기에 사제서품을 받았다. 첫 미사를 드리기 위해 고향 인도로 갔다.

그런데 언어가 문제였다. 한동안 타밀어를 안 쓰다 보니 미사경본을 읽는데 발음이 다 틀릴 뿐만 아니라 영 어색했다. 그나마도 보고 읽는 기도문은 발음만 틀렸다 해도, 프리토킹인 강론은 언어 구사가 마치 외국어 같았다. 외국 사람이 타밀어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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