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하루, 탈북민 위한 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향수병,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시름을 병에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땅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에게는 '가깝지만 닿을 수 없는 곳'이라는, 더욱 아프고 복합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익숙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한국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 향수병의 무게는 얼마나 깊고 짙을지 생각하게 된다.

7월 14일,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포용과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 기념일이다. 이날은 1997년 7월 14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것을 기념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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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씨에게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2005년 한국에 와 KBS 북한전문기자로 일하고 현재 'JHP 코스매틱'을 운영 중인 그를 지난 12일 만났다.

"많은 탈북민이 한국에 꼭 오겠다는 마음으로 탈북해요. 저는 그런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에 와서 너무 무서웠어요."

25살,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간부 집 자녀였던 진희씨는 원치 않은 탈북을 했다. 국정원과 경찰의 연락이 두려워 숨어 지낼 때, 그는 "평양에서 이틀만 없어도 조사가 들어가는데, 이북에 있는 오빠 걱정에 돈만 벌었다"라고 회상했다.

보통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 몸과 마음을 정착하기까지 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진희씨는 7년 넘게 걸렸다. 그는 한국에 정착하지 못한 채 일본 나고야로 떠났다. 영업 사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단어는 수첩에 적어 가며 매일 공부하는 것이 도전이었다.

"방송에서 연봉 1억 5천만 원을 벌었다고 했는데, 일본에 있는 5년 동안 이렇게 번 거예요. 커피 타는 사람으로 입사해 월급 100만 원을 받았죠. 대신 계약의 3%를 성과급으로 받았어요. 서툰 일본어로 한 할아버지와 계약을 맺었는데, 그 사장이 주변 사람들을 데려와 저와 계약하게 했어요. 진심으로 대하다 보니 회사 '넘버원'이 됐어요."

기자가 된 건 '운', 버티는 '도전'

한국으로 돌아와 KBS 북한전문기자가 된 그는 기자가 흔히 쓰는 '아이템'과 같은 은어조차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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