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세종시, 전북 등지에서 지역 활동, 환경운동, 평화운동, 생태활동에 한 번이라도 발을 들인 적이 있거나 연대활동을 한 적이 있는 이라면 김은실 활동가를 모를 수 없다. 김은실 활동가는 현장을 뛰어다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농성장에, 세종보 지킴이 천막에, 논산 양촌면 확산탄 공장 반대 농성장에, 그리고 그 밖에 사람이 필요한 많은 곳들에 지치지 않고 몸을 세워두는 활동가이기 때문이다.
김은실 활동가는 밥과 반찬을 맛있고 넉넉하게 지을 줄 알고, 그 솜씨를 발휘해 모두에게 시시때때로 나누는 사람이다. 특히 활동으로 지친 동료 활동가들에게 밥으로 힘과 사랑을 채워준다. 그녀 역시 현장에 다니며 피케팅을 하고 목청을 높이느라 힘이 들 텐데도, 다른 이들의 끼니와 영혼까지 돌보는 일을 하는 것이다.
김은실 활동가가 없다면 그녀가 품는 사람들과 투쟁의 장소는 지금의 풍경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사랑을 생성하고 건강을 생성하고 새로운 장소를 생성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이 한 일을 티 내거나 생색 내는 일이 거의 없다. 그저 묵묵하게 그 자리에 머물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먹이고, 마지막엔 등을 두드려주곤 사라지는 것이 전부인 사람이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꼭 담고 싶어서, 그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 제가 보기에 은실 님은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들 만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스스로는 본인이 뭘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저를 딱 규정하는 말을 하라고 한다면 그냥 '데모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것 같아요. 비슷할 수도 있지만, 예전에는 저를 '싸우는 사람' 정도로 생각을 했는데 요즘엔 이것이 조금 위험한 표현이라 여겨져요. 전쟁을 함의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 단어 자체를 이제는 쓰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그보다는 지키는 사람이면서, 반대하는 사람이고, 데모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게 맞겠다 싶어요."
- 지키고, 반대하는 일을 거의 일상처럼, 업처럼 하다 보니까 데모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계기로, 언제부터 이 길을 가게 되었을까요?
"저는 신앙인이에요. 크리스천으로 지낸 지 좀 오래됐어요. 1980년에 있었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사건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생각하게 한 하나의 축이라면, 교회를 다니며 그리스도인이 어떠해야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한 것이 또 하나의 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고민을 했죠.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하고, 침묵하면 안 되고, 어떤 불의한 일이 일어났을 때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 평생에 나라와 제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가장 많은 기도를 한 시기가 바로 이때였어요. 눈물로 기도하는 일 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죠.광주에 살지도 않고 5.18 현장에 있지도 않았지만 그 이야기를 YWCA 활동을 하면서 듣게 됐거든요. 그것이 큰 계기가 됐고,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사회운동하는 곳을 제 발로 찾아가고, 그 덕분에 대학 때는 5.18에 대한 대자보를 쓰는 일이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됐죠. 그때는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걸 저녁에 떼면 또 아침에 붙이고 하는 식으로 대자보를 열몇 장씩 갖고 다니면서 매일 붙였어요."
- 그러다가 그 이후에 결혼도 하고 출산, 육아 등을 하시게 됐잖아요. 운동에 집중할 수 없게 하는 그런 요소들이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결혼을 하고 나서는 현장 활동은 좀 거리를 두면서 정당 활동 위주로 했어요. 당은 처음에는 민주노동당이었다가 정의당으로 옮기게 되었고요. 물론 따로 봉사활동을 많이 다니기도 했지만요.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소년원이나 보호시설 같은 곳에 봉사활동을 다녔죠. 아이들을 키우고 있던 시기였다 보니, 저희 아이들을 소년원이나 구금시설에 데리고 가기도 했어요."
- 그때나 지금이나 참 용기 있는 걸음을 걷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럼 이제 지금-여기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하는데요, 현재 집중적으로 하는 활동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제가 가장 집중하는 일, 제게 가장 크다고 할 만한 일은 신공항 반대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4대강 관련해 세종보 투쟁에도 함께하고 있지만 결국 이 모두는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공항 건설이나 운영이 가장 큰 돈이 걸려 있는 거잖아요. 또 가장 위험한 것이고요. 너무도 막대한 규모로 자연성을 파괴하는 사업이기도 해요."
- "공항 사업이 가장 위험하다"고 하셨는데요, 이에 대해 부연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환경단체나 시민생태연구단에서 이야기하는 게 있어요. 새만금신공항 활주로를 중심으로 반경 3.7km 내에 조류 130여 종에 총 7만여 마리가 그쪽으로 날아다니거나 서식하고 있다고 말예요. 그렇게 새들이 많은 곳에 공항을 짓는다는 거잖아요. 이렇다 보니 새만금신공항의 예상 조류충돌 위험이 무안공항의 최대 610배나 돼요.
그리고 기후위기를 넘어서 이제 기후붕괴 시대라고도 하잖아요. 이런 시대에 탄소를 흡수하는 가장 뛰어난 것이 습지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는 습지가 그리 많지 않은데 서해안 쪽 갯벌이 연간 26만 톤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하는데, 그게 없어진다는 얘기거든요. 그렇게 되면 습지를 서식지나 쉼터로 삼아 살아가는 새들은 물론이고, 습지가 없어 더욱 급격히 뜨거워질 바다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들이 죽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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