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할 수 없는, 그러나 꼭 있어야 하는'... 이 특별한 안식처를 꾸려온 사람

그런 이들이 언제까지나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든든함을 주지 않나. 용기를 가진 사람들. 헛된 희망보다 정직하게 절망하는 사람들. 좋은 것만 보자며 고개 숙이고 눈 돌리기보다 자꾸만 분노하고 슬퍼할 용기를 가진 사람들. 우리가 싸우는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게 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니까. 나는 싸우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여기 그런 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사회연대쉼터 인드라망'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 각종 사회폭력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 기성의 질서와 관습에 저항해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들, 그러다가 지친 모든 사람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이곳에서 쉬어갈 수 있다. 밥도 방도 내어준다. 하루든,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1년이든.

6월 11일 오후, 사회연대쉼터의 공동대표이자 쉼터에게 절간의 터를 내어주는 '귀정사'의 중묵(법명)을 만나보았다.

땅만 보던 소년, 세상에 발을 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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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사셨나요? 고향이.

"고향은 서울이 아니고 천안. 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천안에 있다가 그 이후로 아버지가 직장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면서 따라가게 되었지요. 서울에서 재수학원을 다니며 대학 들어갈 준비를 했지요."

- 왜 재수를 하셨어요?

"내가 공부에 재주가 없었거든요."

- 성균관대학교 가셔 놓고..

"중학교 때 워낙 공부를 못해서 천안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는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없대요. 천안에서 유일하게 갈 수 있는 데가 상업고등학교, 그래서 상고를 갔어요. 대학을 목표로 하는 공부가 아니니까 졸업하고 나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대학이나 가야겠다 하면서 공부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실질적인 3수를 했지요."

- 그러면 목표로 하신 과가 불교?

"원래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목표로 했지요. 그런데 같이 재수학원을 다니던 친구들이 불교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한데 불교를 감싸고 있는 다른 사상 즉 인도철학 또는 중국철학 등 동양철학 전반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때 참 기특한 친구들을 만났던 것이지요. 그래서 동양 철학 전반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데를 가보자 했던 거죠. 당시에 동양철학과가 있는 곳은 성균관대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거기를 들어가게 됐지요."

- 학생 때부터 불교에 관심이 있으셨던 거예요?

"그렇지요. 나한테는 할머니가 어머니의 역할을 하셨는데 할머니가 절에 다녀서 아무래도 불교가 익숙했지요. 또 개인적으로 내가 불교를 지향했던 건 불교가 나를 뭔가 위로해 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요.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세상의 모든 관계를 염세적으로 봤고 큰 가치가 없다고도 생각했거든요. 내가 가지고 있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불만족을 불교가 위로해주고 답을 찾아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강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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