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정기획위원회의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구성 내용이 밝혀졌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6월 16일 이재명 정부와 함께 공식 출범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대신해 국정 운영 방향과 국정과제를 수립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에 공개된 계획에는 12대 중점 전략과제와 123대 국정과제가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표명했기에 환경·시민사회에서는 상당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국정 기조는 기대를 우려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전환, 4대강 자연성 회복,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 등이 언급되긴 했으나, 경제·산업 성장 중심의 틀 속에 부차적 과제로 머무는 모습이었다.
정책의 무게는 예산에서 드러난다. 많은 예산이 능사는 아니지만, 다른 정책과 비교했을 때 규모의 차이는 정부가 무엇을 우선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국정기획위의 123대 국정과제 중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 전환' 예산은 7조 원인 반면 인공지능(AI) 3대 강국 실현에는 25조 원, 산업 르네상스에는 22조 원이 배정됐다. 7조 원 안에는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풍수해 대응 등 적응 분야까지 포함돼 있어, 순수한 기후위기 대응 예산은 더 줄어든다. 이렇게 해서야 기후에너지부 신설의 명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12대 중점 전략과제 중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에너지고속도로'다. 지방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등 대도시로 대규모 송전하는 전국 초고압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겉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구태의연한 중앙집중식 에너지 체계를 전제로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친환경 전원으로의 대체'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역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에너지 수요 절감, 자립 가능한 소규모 발전 인프라, 공공 중심의 관리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그러나 에너지고속도로는 '지방 생산 → 수도권 소비'라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 보았듯, 송전선로 건설은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더구나 정부는 민간 자본 유치를 공언했다. 이는 한국전력이 담당하던 송배전 부문을 민간에 개방하는 우회적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기업이 송전망과 재생에너지 사업을 독점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공공성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에너지고속도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3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역에서 생산·소비하는 '소규모 전력망 전환'의 조속한 추진을 강조하며, 장거리 송전망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이 지속된다면 이러한 비전은 실현될 수 없다. 수도권의 과도한 전력 수요를 분산할 구체적 해법과 함께,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 정책을 넘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국정기획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다소비·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성장을 강하게 밀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총량 규제와 수요 관리가 병행되어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실제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력 수요 감축 목표를 세우지 못한 이유도 AI 산업 확대로 인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때문이다. 수요 관리와 감축 목표가 없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맞물려 원전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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