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몇 들어갈 만한 솥으로 튀김을... 숨 쉬기 어려울 정도

기자말
민주노총이 이재명 정부 100일을 맞아, 청년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은 릴레이 기고를 기획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청년이 말하는 '다시 만난 세계' 는 어떤 모습일지, 고민과 희망을 담은 글을 전합니다.
나는 3년 차 조리실무사다. 오전 7시 40분까지 출근하면 되지만, 보통 같이 일하는 분들은 훨씬 일찍 도착해서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업무는 식재료 검수부터 시작한다. 담당이 소독물을 받고, 오늘 사용할 물을 끓이고, 쌀을 세척해 밥솥에 나눠 담는다. 그날 사용할 조리도구들을 꺼내놓고, 장갑이나 토시 같은 빨래를 정리해 두고 나면 바로 식재료 검수에 들어간다. 처음 일을 시작하고 당번을 할 때 뭘 해야 할지 잘 몰라 허둥지둥하고,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빼먹기도 했다. 동료들은 안 그래도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현장에서 새내기 조리실무사를 데리고 일하느라, 두 배 더 힘이 들었을 거다.

내가 일하는 학교는 조리사를 포함해서 10명이 일하고 있다. 우리의 정식 명칭은 조리사, 조리실무사다. 학생들은 배식을 받으러 와서 이모, 누나, 언니 여러 호칭으로 '이거 더 주세요' 한다. 이모, 아줌마라는 말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업무라는 편견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까. 오전 시간 내에 수백 명의 밥과 국, 반찬을 요리하는 일은 기술과 숙련도, 속도를 가져야 한다. 또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기구와 위생적 조리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IE003524671_STD.jpg

우리 학교의 경우 튀김, 야채, 밥, 조림, 국 순서로 조리를 돌아가면서 맡는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하자마자 맡은 메뉴는 튀김이었다. 그날은 치킨을 튀기는 날이었다. 나랑 처음 짝이 된 언니는 원래는 처음 들어오자마자 튀김 요리를 시키지는 않는데 워낙 처음 일을 시작한 인원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 처음이라 무서우면 오늘은 뒤에서 지켜봐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줬다. 180도가 넘는 기름이 끓고 있는 솥은 사람도 몇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거기에 튀김 반죽을 입힌 재료를 넣다 보면 훅하는 열기가 얼굴을 덮치는데 그럴 때는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다.

부족한 인력과 생활의 무게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