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진 '강릉의 식수원' 오봉저수지는 바닥의 민낯을 드러냈다. 버려진 폐광산처럼 둘러앉은 검은 띠, 아프리카의 폐광을 떠올리게 하는 어두운 물빛은 마른 상처를 감추지 못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종이 위에 그려진 한 폭의 그림처럼 평온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그 안에 응축된 깊은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저수지가 마치 캔버스와 같았다. 가느다란 붓으로 이어놓은 듯한 검은 선이 굽이치며 번지고, 몇백 미터 아래에서는 살아 숨 쉬는 용이 몸을 틀 듯 다양한 무늬가 바닥을 휘감는다. 그러나 그 안의 물길은 방향을 잃은 듯 헤매고 있다. 마치 사막을 떠도는 하이에나처럼, 저수지의 물은 제 갈 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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