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을 바로 버리지 않고 다른 용도로 재사용해 본 경험이 있나요?"
영어 과외 선생님이 노트북 화면 너머에서 물었다. 오후 11시였다. 그가 사는 나라인 필리핀과 한국이 1시간 정도 시차가 있으니 그는 오후 10시에 화상회의 시스템에 접속해 있는 셈일 것이다. 우리는 수업 주제인 '환경'에 대해 영어 대화를 진행해 보기로 한 참이었다.
내가 수업을 받는 온라인 영어 회화 교육 사이트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을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는 페이지 1면에는 수많은 선생님 이름과 수업 가격표가 함께 노출되어 있었다. 선생님의 시간당 수업 가격과 출신 국가는 모두 천차만별이었지만, 한국에서 최저임금도 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선생님도 많았다. 대부분 비서구권, 나이 어린 여성들이었다.
나의 선생님은 그날 여섯 개의 수업이 연달아 있었다. 선생님은 수업 때문에 자주 저녁을 굶은 채 수업에 나왔고,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흠, 저는 주로 비닐봉지를 재활용하는 것 같아요."
회화 선생님의 저녁 식사와 인권에 대해 고민하다가 대충 대답했다.
"비닐봉지요?"
"이곳저곳에서 하도 많이 줘서 정신 차리면 집에 온통 비닐봉지가 굴러다니더라고요."
"그렇군요. 재활용 외에도 환경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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