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코디 일을 시작했어요. 그땐 아이들 키우면서도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길래, 괜찮겠다 싶었죠."
김은미 님은 올해로 18년째 코웨이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엔 '내가 한 만큼 버는 일'이라 여겼지만, 돌아보면 '끝이 없는 노동'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점검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중엔 영업, 수금, 연체 관리까지 다 맡기더라고요. 미납한 고객 돈을 대신 내고 받아오기도 했어요. 하루 열 시간 넘게 일해도, 회사는 우린 직원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라며 책임을 안 져요."
그의 일상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아침마다 지국에 들러 필터와 부품을 챙기고,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고객 집을 돌고, 때로는 하루 열 군데 이상 방문한다. 고객이 부재 중이면 헛걸음이다. "한 달에 많으면 열 번 넘게 헛걸음한 적도 있어요. '몸이 안 좋아서 다음에 하자'는 말 한 마디에 하루 일정이 꼬여요. 하지만 그 시간은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아요."
"대기·이동시간만 하루의 절반… 그건 노동이 아니래요"코디, 코닥과 같은 가전 방문점검 노동자들은 대기·이동·헛걸음 등 '공짜노동시간'이 전체 노동의 30~40%에 달한다.
업무비용(식비, 교통비, 통신비 등)을 제외하면 실질 임금은 시간당 8천 원에서 9천 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2025년 법정 최저임금(10,03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저희는 하루의 절반은 대기와 이동이에요. 여름엔 카페, 겨울엔 차 안에서 기다려요. 한두 시간은 기본이고, 많을 땐 세 시간도 그냥 흘러요. 그래도 그 시간은 '근무시간'이 아니래요."
코디들은 '개수임금제' 구조 속에서 일한 만큼 수수료를 받지만, 일할수록 비용이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드는 '역설적인 구조'에 갇혀 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지난 5월 13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현장 조사에서도 가전제품 방문점검 노동자의 실질 시급은 9,557~9,781원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하거나 근접한 수준이었다.
"가방, 유니폼, 카탈로그까지 다 내 돈"… 노동자의 비용전가"회사에서 받는 건 정수기 필터 정도에요. 나머지는 다 내 돈이에요."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유니폼, 가방, 공구, 카탈로그 등 업무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을 개인 사비로 구입한다. "유니폼은 반값만 지원해줘요. 여름용, 겨울용 따로 사야 하니까 한 벌에 2만~3만 원이죠. 가방이나 도라이버 같은 공구도 다 제 돈이에요."
심지어 고객에게 건넬 판촉 선물이나 카탈로그 비용도 개인 부담이다.
"회사는 카탈로그 10장만 줘요. 그런데 고객이 200명 넘으면 나머지는 직접 사야 하죠. 10만 원은 훌쩍 넘어가요. 일을 많이 하면 돈을 더 벌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비용이 더 나가요. 그러니까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거죠."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