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노동자 신분으로 삶을 꾸려나간다는 것

몇 년 전, 제가 근무하는 휴게공간에 친구가 잠깐 들렀습니다. 그때, 제가 물건을 가지러 간 찰나에 친구는 다른게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친구는 대뜸 "여기가 쉬는 공간이야?"라고 물었습니다. 전 물건을 챙기느라 친구의 표정을 보지 못 했습니다. 친구는 휴게실을 이곳저곳을 위아래로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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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휴게실의 공간에 익숙해져 뭐가 잘못된 건지 알지 못했습니다. 친밀감을 풍기던 휴게실이 순간적으로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저의 휴게공간은 샌드위치 패널로 가려져 있습니다. 그 장소를 세 등분하여 각기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양쪽은 창고로 쓰고 있으며, 그 중간을 직원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와 동료들은 그 작은 공간을 애지중지합니다. 그곳에서 점심과 간식도 먹고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합니다. 패널 너머에는 먼지와 소음이 가득합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쿵하고 패널 벽에 부딪히면, 휴게실 안에서는 짧은 지진이 일어납니다. 비좁고 시끄러운 공간이지만 순번을 정해가며 청소도 합니다.

다만, 열악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킬 때도 있습니다. 휴게실 안에는 냉난방시설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여름의 기차역 전체에 냉방시설을 가동하여 줍니다. 냉방배관이 휴게실의 한 귀퉁이를 지나갑니다. 그 귀퉁이에 손이나 몸을 대고 있으면 몸의 열기가 조금이나마 식는 기분이 듭니다.

하나뿐인 휴게실 내의 창문을 열면 창문 밖 천장으로부터 에어컨 바람이 조금씩 휴게공간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곁불 대신 곁냉방입니다. 대신, 먼지와 소음도 같이 들이게 됩니다.

어느 날은 동료가 제게 물었습니다. "혹시 휴게실 바닥에 누워있으면 전기가 통하지 않아요? 여기에 누워있으면 몸이 찌릿찌릿하면서 전기가 통하는 게 느껴져!"

전 생각하기를 "맞아, 직원 한 사람이 하루에 손님 7백 명 이상을 응대하고 잠시 누우면 전기가 느껴지는 게 이상하진 않지". 그런데 갑자기 기차역 내에 적힌 주의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특별고압
-전기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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