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쿠팡 택배기사 고 오승용씨가 회사의 방치와 대리점의 권유 아래 타인의 ID를 사용해 주 8일 연속 야간노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이같은 '아이디 돌려쓰기'로 오씨의 대리점 기사들이 주 7일 이상, 최대 19일까지 야간 노동이 이뤄진 사례도 추가로 공개됐다.
그동안 쿠팡 쪽은 '출근 관련 어플에 7일 연속 로그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오 씨와 직원들의 야간 노동 사실이 드러나면서, 쿠팡의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오씨의 유족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아래 대책위) 등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서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전국택배노동조합 제3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의 극심한 과로 구조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라며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책임져라"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족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극을 부른 쿠팡의 장시간·고강도·연속적인 고정 야간노동의 문제는 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제주도의 많은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들이 고인처럼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많은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들도 고인처럼 일하고 있다"라며 "최근에만 2023년 군포에서, 2024년 남양주와 동탄에서, 그리고 올해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5일을 일해도 60시간이 넘는 노동, 안 그래도 높은 노동 강도에 교대도 없는 야간노동을 계속해야 하는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쿠팡에서의 과로사를 막을 수 없다"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새벽배송 개선안,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해소할 수 있는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 실질적 과로방지대책 즉각 마련 ▲ 주 60시간 초과 노동 규제·분류작업(통소분) 업무에서 배제 등 1·2차 사회적 합의 준수 ▲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휴식권·건강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오늘도 어제 사용했던 아이디입니다"이날 대책위는 "이번 3차 진상조사 결과의 핵심은 고인이 타인의 ID를 사용해 7일을 초과하는 연속 장시간 노동을 한 명확한 물증을 확보한 것"이라며 오씨와 대리점 관리자가 나눈 카카오톡 채팅방 대화 내역 캡쳐본 3개와 오씨가 지난 8월 1일부터 8월 8일(입차일 기준)까지 총 8일 연속 야간노동을 한 내역을 제시했다. 대책위의 설명에 따르면, 근무일이 7일째가 되는 8월 7일에 오씨는 대리점의 권유로 동료기사(김○○)의 ID를 빌려 새벽배송을 했다.
대책위는 3개의 캡쳐본 중 지난해 9월 5일에 이뤄진 대화 내역을 강조했다. 해당 자료에서 회사 관계자가 "이번달 다른 아이디 배송 없어?"라고 묻자, 오씨는 "김○○ 7일 319건, 한 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쿠팡의 수수료 정산이 매월 26일부터 익월 25일을 기준으로 익월 15일에 지급되는 방식임을 고려할 때, 관리자는 8월분(7/26~8/25) 수수료 정산을 위해 고인이 타인 아이디로 근무한 내역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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