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대학생은 노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오늘 하루 몇 시간을 노동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주저 없이 '0시간'이라 답할 것이다. 과제를 위해 구글링을 하고, 친구와 카카오톡을 주고받으며, 남는 시간에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상이니까.
아르바이트가 빠진 대학생의 일상에서,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통상적인 관점으로 볼 때 '노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구글에 입력한 검색어로 검색 엔진의 정확도는 올라갔고, SNS에 올린 사진과 텍스트는 맞춤형 광고를 위한 데이터가 되었다. 또한 유튜브 시청 기록은 다음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의 재료가 되었다.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학생들은 24시간 쉬지 않고 기업의 핵심 자원인 빅데이터를 생산해 낸 성실한 노동자였다.
마치 가사 노동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그 가치가 지워지고 무급이듯, 지금 대학생의 일상 역시 데이터라는 이름 아래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이 되고 있다. 여기서 무엇이 진정 노동이고, 무엇이 노동이 아닐까? 돈을 받는 순간 노동이 되고, 돈을 받지 않고 일하면 노동이 아닌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으며 현실의 기준은 지극히 자의적이기만 하다.
사라지는 일자리, 길 잃은 청년 정책그렇다면 누군가는 모두가 임금노동으로 인정받는 일자리를 얻으면 그만이라 반문할지 모른다. 문제는 그간 사회보험과 청년고용정책이 전제했던 그러한 일자리 자체가 가파르게 소멸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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