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변호사와 학생들의 법정투쟁, 엄마의 삶을 바꿔놓다

IE003554100_STD.jpg

지난 13일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들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언제나 고통스러운 투쟁의 현장에 우리 어머니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주셨다"면서 "대한민국이 전 세계가 바라보는 민주적인 나라로 성장하고 발전한 건 여기 계신 어머니들의 헌신적이고 치열한 투쟁 덕분"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민가협 회원들에게 90도 가까이 허리 굽혀 인사했으며, "우리 국민들은 민가협 어머니들의 각고의 노력, 고통스러운 삶의 역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엄마의 보랏빛 꿈>

조순덕(74) 상임의장은 이 자리에서 민가협 40주년 기념 사진첩을 선물로 전달했다. 조 상임의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을 처음 만났던 28년 전을 회고하면서 "대통령님이 아주 청년이고 미남이었다"고 말해 대통령과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조 상임의장의 아들 위영석씨가 1996년 경원대(현 가천대) 총학생회장을 할 때 장현구 열사(부친 장남수씨는 현재 유가협 회장직을 맡고 있다) 분신 건으로 학내 분규가 일어났고, 경찰이 학내로 진입해서 학생을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학생들의 변론을 이재명 변호사가 맡았는데, 모두 무죄로 나오면서 위영석씨의 수배도 풀렸다고 한다.

아들이 수배도 풀리고 구속되지도 않았지만, 조순덕 어머니는 이때부터 민가협 활동을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이 재판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의식화'가 된 것이다. 최근 20여 년간 민가협 상임의장을 맡아 활동하는 조순덕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부근의 민가협 사무실을 찾았다. 방 3개와 널찍한 거실을 갖춘 공간이었다. 올봄까지만 해도 사무실이 이렇게 넓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방에도 거실에도 수십 년 모은 자료가 가득 차 있었죠. 5월 말에 자료 백여 박스를 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전 대공분실)에 기증했어요. 기념관의 트럭이 와서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싣고 갔죠."

1985년부터 40년 동안 활동한 민가협의 역사가 담긴 자료를 후대의 연구 자료로 쓸 수 있게 전문 기관에 넘긴 것이다. 대부분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볼 수 없는 희귀 자료였다. 올해 6월에는 민가협 출범 40주년을 맞아 '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라는 별도의 조직이 출범하기도 했다. 기념사업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는 김남수 전민동 회장, 안영민 전대협동우회 회장, 이정태 양심수후원회 부회장, 안지중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조원호 통일의길 공동대표, 조지훈 민변 사무총장, 배미영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기념사업위원회는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일구어오신 어머니들의 위대한 여정과 헌신을 기념하는"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월 5일에는 252쪽 분량의 사진첩 <엄마의 보랏빛 꿈 1985~2025>를 발간했고, 2025년 11월 13일(목)부터 11월 21일(금)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지트미술관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11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와 인권을 향한 40년, 어머니의 위대한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4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진행했고, 12월 13일에는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어머니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을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역사 아카이브 구축 작업(활동 구술 영상, 자료집, 단행본 발간)도 병행하고 있다.

동대문 민가협 사무실에서 조순덕 상임의장과 인터뷰하는 도중에 조 의장이 옆에 앉아 있던 김권옥(국가보안법 피해자 김호 아버님)씨와 함께 <엄마의 보랏빛 꿈>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인사동 아지트미술관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인터뷰를 아예 미술관에 가서 하자고 제안했다. 아무래도 민가협의 역사가 담긴 사진을 보면서 대화하면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사진 찍기에도 사무실보다는 배경이 좋을 것으로 여겨졌다.

엄마들의 이름과 주체성을 찾는 과정이기도

IE003553976_STD.jpg

지하 1층에 자리한 아지트미술관 입구에 도착해서 방명록의 맨 앞장을 살펴보니 '김삼석, 윤미향' 부부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삼석은 1993년 남매 간첩단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으나, 2017 재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받았다. 방명록 테이블 위쪽 벽에는 3명의 민가협 회원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박용길, 임기란, 서경순 어머니였다.

"민가협에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배운 바도 많고, 무엇보다 훌륭한 분을 여럿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열 손가락으로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돌아가신 분 중에는 박용길 장로님(1919~2011, 문익환 목사 부인), 임기란 의장(1930~2020, 서울대 박신철 어머니), 서경순(1937~2017, 동국대 이창규 어머니), 이 세 분을 꼽을 수 있어요."

이 중에 임기란 의장은 필자가 오래전 목요집회 참석했을 때 뵌 적이 있는데, '신철이 엄마', '신철이 어머니'라고만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박신철 어머니 임기란이었다. 1999년 무렵부터 민가협 회원들은 누구누구 엄마가 아닌 '신철 엄마 임기란' 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민가협 활동은 어머니들이 자신의 이름과 주체성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임기란 어머니는 1985년부터 첫 상임의장을 맡기 시작해 20여 년간 상임의장으로 활동했다. 막내아들 박신철(서울대)이 1985년 민정당사 점거 농성으로 구속되자 민가협 결성에 참여했고, 병석에 눕기 전까지 선봉에 서서 활동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