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독스의 리베로 구혜인이 코트 끝까지 달려가 왼팔로 공을 받아내던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했다. 점수를 주고받을 때마다 선수들이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을 보며, 마치 나도 그들과 같은 공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MBC <신인감독 김연경>은 지난 23일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야구만 보던 내가 배구와 사랑에 빠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엔 리베로의 역할도, 유니폼 색이 왜 다른지도 몰랐지만, 모르는 것을 채워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무엇보다 김연경 감독이라는 강력한 원동력, 선수·코치진의 서사, 그리고 다시 꿈을 향해 뛰는 선수들의 이야기가 이 프로그램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배구는 공이 땅에 닿아선 안 되는 일종의 '묘기' 같은 스포츠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개인의 기량보다 팀 전체의 호흡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나 혼자만의 능력으로 버티기보다 소통과 협력으로 한 포인트씩 쌓아 올리는 과정이라는 점을 배구가 가르쳐준다."
배구 해설서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저자 곽한영 부산대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구를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을 찾다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법교육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라는 그의 직함보다 '찐팬', '배구덕후'라는 말이 더 먼저 떠올랐다. 일반 팬의 시선으로 쓴 이 책은 입문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지점을 짚어주며, 전문용어보다 애정 어린 팬의 언어로 경기의 숨결을 전한다.
지난 13일과 26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곽한영 교수는 배구가 가진 깊은 매력과 함께 큰 호응 속에 종영한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이 남긴 의미와 아쉬움을 전했다.
언더독,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소위 '열린 결말'로 많은 관심 속에 <신인감독 김연경>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예전 JTBC <최강야구>처럼 배구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등장해 대중의 관심을 얻기를 바라왔다. <신인감독 김연경>의 성공은 배구 팬으로서 무척 반갑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 프로그램은 규칙과 작전의 묘미를 넘어 배구의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게 하고, 선수들의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타미라 선수가 서브 에이스를 넣는 장면도 그냥 보면 '서브를 강하게 잘 넣는구나' 정도로 보이지만, 몽골에서 온 선수의 고군분투 서사를 안다면 서브가 꽂히는 순간의 감동과 쾌감이 배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신인감독 김연경>은 훌륭하고 재밌는 프로그램이다."
- '필승 원더독스'는 프로팀 방출·은퇴 선수, 프로팀이 꿈인 실업팀 선수 등 '언더독'의 서사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가 지금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
"여자배구 자체가 '언더독 서사'의 출발점이다. 전 세계 프로스포츠에서 여자부가 남자부보다 더 큰 인기를 얻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는 스포츠 세계에서 언더독 취급을 받아온 여성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원더독스'는 그 서사를 더욱 진하게 보여줬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한번 트랙을 벗어나면 재기하기 힘든 현실 속, 이들의 도전은 더욱 값지다. 이들이 모두 프로 선수가 되는 것만이 '재기'는 아니다. 원더독스와 함께한 시즌 자체가 이미 그들의 삶에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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