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그날은 한국 민주주의가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었다. 군이 실제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태를 축소하려는 시각도 있지만, 비선적·비정상적 절차로 계엄이 선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는 헌정 질서의 근본을 뒤흔든 심각한 사건이었다. 민주주의는 절차를 흔드는 순간 이미 침해된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이 사건을 다시 꺼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는 위기를 잊을 때 무너지고, 기억을 유지할 때 단단해진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리고 그날의 충격을 확인한 뒤에도 같은 말을 반복해왔다.
"정치인 한두 사람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변화를 만드는 힘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했던 이 메시지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시민이 주인이 아니라 관객이 되는 순간, 권력은 자신을 견제할 힘이 없다고 착각하고, 정치의 중심은 국민이 아닌 권력자 자신의 세계로 옮겨간다. 그 틈이 깊어질수록 반헌법적 결정은 더욱 쉽게 내려진다. 12·3 계엄은 바로 이러한 경고가 현실이 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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