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그날'로부터 1년이다.
자려고 누웠다가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열었던 노트북, 그리고 계엄이라는 특보. 당시 윤석열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을 거라 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에 순간 멍했었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 몇 몇 뉴스를 클릭해서 들어보았다. 계엄이 맞았다(관련기사 :
'계엄'에 놀라 달려간 여의도, 분노한 젊은이들이 먼저 와 있었다 https://omn.kr/2bb1l).
국회로 가야하나?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분명 수방사와 공수부대 등이 투입이 되어있을 텐데... 제2의 광주항쟁이 될 것인가? 대학교 때 전남대에서 열렸던 전대협 4기 발대식을 취재하기위해 호남선 열차에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광주역 도착 직전, "지금 역내에서 경찰이 검문을 통해 열차에서 내리는 학생들은 다 체포한다고 합니다. 급정거 레버를 내릴 테니 학우들은 모두 여기서 내립시다." 어느 학우의 열차 급정거 시도와 함께 대전에서 함께 열차에 올랐던 학우들은 철로에 내려 뛰어갔다. 나는 카메라 가방 등 이것 저것 챙기다가 그들을 놓치고 말았다. 일반 승객들 사이에 섞여 태연한척 광주역을 빠져나오며 잡히면 어쩌지 하며 심장이 쫄깃해졌던 30여년 전 느낌이 되살아났다.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한 헬기소리'애들한테 다시 독재국가를 물려줘?', '계엄은 아니지!', '국회에 가면 죽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가자, 인명은 재천인데.' 나는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밤을 새워야 할 것이므로 내복을 두겹으로 껴입고 두꺼운 외투도 입었다. 여의도까지 먼길을 가야 했기에 내비게이션을 켜고 시동을 걸었다.
강변북로로 내려설 때 헬기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특전사 대원들이 투입되는 것으로 보였다. '쟤들을 막아야 하는데...' 서강대교 북단에서 차가 막혀 움직이질 않았다. 조급한 마음에 차에서 내려 앞을 보아도 여의도 방향 서강대교 위는 주차장처럼 변해 있었다. 일부 차량은 차를 돌려 강변북로로 다시 빠져 나가고 있었다. 어찌할까를 고민하고 있던 때에 드디어 차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순복음교회 로터리에서 교통경찰이 좌회전과 유턴을 주면서 차량이 빠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어느 용감한 시민이 경찰의 지시를 무시하고 유턴하자마자 다리 가장자리에 주차를 했고, 그 뒤로 내 앞의 차량도 그리고 나도 따라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30대로 보인 앞차의 젊은이들은 "계엄은 막아야 한다"면서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처음 보는 젊은이의 따듯한 손에서 희망이 느껴졌다. 함께 보행 신호를 기다리다가 차에 휴대폰을 두고 온 게 떠올라 다시 차량이 있는 곳에 다녀오면서, 나는 그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