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엔딩' 막을 방법은 없나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이 닫힌다." 대학가에 떠도는 이 자조 섞인 농담은 이제 섬뜩한 예언이 되어 현실을 위협하고 있다. 지방 대학의 위기는 곧 지방 소멸의 전주곡이다. 대학이 무너지면 청년이 떠나고, 청년이 떠나면 기업도 떠나며, 결국 지역 공동체가 붕괴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미스매치(Mismatch)'에 있다. 지방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재와 지역 산업계가 원하는 인재 사이의 간극, 그리고 청년들이 원하는 정주 여건과 실제 지방 생활 환경 사이의 괴리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청년 지원금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뿐이다.

이제 지방 대학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대학은 단순히 졸업장을 수여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 산업을 이끄는 R&D 센터이자 청년들이 머물고 즐기는 삶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를 위해 '지방 대학 기반 산업 특화 및 청년 정착 생태계' 구축을 제안한다.

첫째, '백화점식 학과'를 버리고 철저한 '지역 산업 특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역 내 산업 단지와 기업 수요를 분석하여, 입학이 곧 취업으로 연결되는 '계약학과'를 대폭 신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농업이 강점인 지역은 농생명 공학을, 제조 기반이 있는 곳은 AI 로봇 공학을 특성화하는 식이다. 졸업장이 아닌 '직무 역량'을 쥐여주어야 청년들이 지역 기업에 안착할 수 있다.

둘째, 대학과 지자체, 기업이 하나로 묶이는 '한국형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이 실리콘밸리의 모태가 되었듯, 지방 대학 캠퍼스가 곧 스타트업의 요람이자 기업의 연구소가 되어야 한다. 대학 내 유휴 부지를 기업에 과감히 개방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여 대학 자체가 거대한 '테스트베드'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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