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은 늘 '도시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도착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하는 것은 미래보다 더 오래된 현재,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다.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부산의 여러 산복도로 달동네를 걸으며 카메라에 담은 것은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이었다. 골목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도시 저변을 떠받치는 일상의 최소 단위였다.
수정동과 범일동, 봉래동, 감천동 일대의 산복도로는 산업화 이후 가장 값싸고 가장 가파른 땅으로, 도시의 노동자와 노인의 삶을 오래 품어온 공간이다. 이곳에서 골목은 곧 생활 반경이자 안전망이었고, 계단은 병원보다 먼저 오르는 인생의 경사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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