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청소년 "민주주의는 하룻밤에 흔들린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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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하룻밤에 흔들린 것이 아닙니다. 파멸을 향해 폭주하는 기차는 싫습니다. 사람이 죽는 세상은 싫습니다. 생명이 상품으로, 가치로 환원되는 세상은 싫습니다. 우리는 1년을 보내왔습니다. 우리가 지난 겨울을 지낼 수 있게 한 광장의 열기를 저는 잊지 않습니다."

1년 전 12·3 불법계엄 이후 광장에서 응원봉을 들었던 19살 청소년이 다시 거리에 나서 외쳤다. 고등학생 이호(19)군이 3일 저녁 창원 상남분수광장에서 내란새력청산 사회대개혁 경남대행진이 연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12.3계엄 1년 다시 광장으로"라는 집회에서 발언한 것이다.

이호군은 "1년 전, 국회에는 계엄군이 들어서고, 공수부대는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습니다. 국회 앞에서는 국민과 계엄군의 대치 상황이 이루어졌습니다. 부상자가 있었다면, 총격이 일어났다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지 않았다면, 국회에 과반의 국회의원이 모이지 않았다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갈 수 없었다면, 국회 앞으로 모인 국민이 없었다면 우리는 또다시 군사쿠데타를 목도했을 것이며 독재정권을 맞이했을 것입니다"라고 기억했다.

이어 "어쩌면 전쟁을 겪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여순항쟁을, 제주 4.3항쟁을, 4·19혁명을, 6.3항쟁을, 부마항쟁을,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이 땅에서 있었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과 그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는 우리는 다시는 독재를 용납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윤석열의 계엄이 수포로 돌아간 후 탄핵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윤석열의 혐의는 명백했지만 윤석열이 탄핵되기까지 약 4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우리는 편히 잠들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군은 "사실 하룻밤만에, 순식간에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이 비상계엄이라는 사태는 절대로 그런 단순하고 얇은 해프닝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우리가 윤석열이 술 먹고 했다거나 사이비에 미친 윤석열이 홧김에 저질렀다고 말하기도 했던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은 철저히 준비되고 오랫동안 계획한 독재 권력을 위한 첫 움직임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우리는 아직도 편히 잠들 수 있는 세상 속에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주주의는 하룻밤에 흔들린 것이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첫 투표한다고 한 이군은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면 하루 빨리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란 정당이 지방 선거를 이기면 말이 안되는 일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지방자치을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려는 것이 아닌 이상한 사업과 개발을 하고 중앙정부나 타 정당을 욕하고 비난하기 바쁠 것입니다"라며 "누구나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선 신중한 투표와 내란세력 청산이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 한 번 다시, 지금 우리 옆에 있는 사람을 위한 지방자치단체가 되길 저는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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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세력 청산하지 못하면 다시 역사가 거꾸로"

이날 집회는 12·3 불법계엄 이후 창원시청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집회' 때 줄곧 사회를 맡았던 김인애 전 경남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진행했다. 4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응원봉과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부터 불렀다. 진보대학생넷 회원들이 율동을 선보였다. 이후 발언이 이어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장인 안한진 변호사는 "지난해 창원에서 있었던 국가보안법 사건의 변호인단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래서 1년 전 오늘 계엄 발표가 있었을 때 누가 저한테 잡혀간다는 말을 하더라"라며 "통일운동한 사람들을 위해 변호했던 일이 잡혀갈 일이냐(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내란세력들이 전부 입을 다물고 있다. 대통령과 군인들만 획책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당시 대통령실에서 이를 주모했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세력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들까지 철저하게 찾아내서 청산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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