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베터의 13년,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복제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다

'발달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수식어 뒤에는 끊임없이 조율하며 진화한 사업장 시스템이 존재했다.

발달장애인 고용의 패러다임을 바꾼 베어베터(대표 이진희)가 지난 13년간 증명해 온 성공 요인을 '사업장 편의제공(Workplace Accommodation)'이라는 학술적 개념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베어베터 사례가 특정 기업의 미담을 넘어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될 수 있는 발달장애인의 고용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은 지난 11월 28일 학술지 '장애와 고용' 최신호를 통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승섭 교수 연구팀의 논문 '발달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을 위한 근무환경 형성 과정: 다차원적 편의제공의 변화를 중심으로'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지난 8개월간 베어베터에서 현장 실습과 참여 관찰을 진행했다. 대표 및 관리자 6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와 내부 문서를 토대로 발달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근무환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분석했다.

베어베터 이진희 대표는 이번 연구에 대해 "우리가 해온 일을 '사업장 편의제공'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며 "개념적으로 잘 정리된 덕분에 베어베터 모델이 복제 가능한 것이 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1단계 [설정]: 기계보다 '사람'을 먼저 세팅하다

연구팀은 베어베터의 근무환경 형성 과정을 '설정', '발전', '정착'의 3단계로 구분했다. 첫 단추인 '설정 단계'의 핵심은 발달장애 친화적인 '관계'와 '안전' 확보였다.

통상적인 기업이라면 인쇄 사업을 시작할 때 인쇄 기술 전문가를 먼저 채용한다. 하지만 베어베터는 달랐다. 초기 관리자로 사회복지 및 직업재활 전공자를 우선 채용했다. 직무 기술을 가르치기 이전에 발달장애 사원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문화를 먼저 만들기 위함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사회적 편의제공'의 기초 단계로 분석했다. 현재도 베어베터 관리사원 135명 중 약 69%가 사회복지 및 장애 관련 전공자다.

물리적 환경 구축에서도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다. 사업 초기 고가의 자동화 인쇄 장비를 도입했다. 이는 생산성 향상보다 발달장애 사원이 기계를 다룰 때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위험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2단계 [발전]: '쉬운 직무'는 발명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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