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는 끝난 사건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책임의 과정입니다"

IE003556396_STD.jpg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159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친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그날 이후 세 번째 가을이 지났지만, 유가족과 생존자에게는 시간이 흐른 만큼 상처가 옅어지지 않았습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지닌달 19일 서울 '별들의 집' 기억공간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송해진 운영위원장(고 이재현 군 어머니)을 만났습니다.

- 정권이 바뀌고 3주기가 지났습니다. 정부와의 관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정부 차원에서 참사 유가족을 물리적으로라도 만나려는 노력 자체는 확실히 느껴져요.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실무자들이 예전처럼 자주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찾아와서 의견을 묻고, 경청회도 열고, 소통의 자리가 생겼습니다.

이전 윤석열 정권 때는 그런 게 아예 없었거든요. 소통이 전무했기 때문에, 그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나아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7월 재난·참사 유가족들을 초청했던 경청회도, 저희 유가족들도 많이 참석하셨는데, 그 자리 자체만으로 굉장히 큰 울림이었어요. 3주기 행사 때도 대통령님이 직접 오시진 못했지만, 영상으로라도 인사 말씀을 전해 주신 건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입니다. 그런 부분들이 가족들에게는 분명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됩니다.

그렇지만 세월호 유가족분들도 저희에게 많이 해주시는 말씀이 '마음 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일이 저절로 잘 진행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진보 정권일 때는 시민사회 도움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많이 전해주셨죠.

저희 경우에는 대통령 취임과 진상조사 개시 시점이 거의 동시에 시작됐어요. 지금 그 경과를 지켜보는 중인데, 진상조사 기간이 내년 가을·겨울이면 끝나는 상황이라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답답함, 우려, 걱정이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전 정부보다는 낫다는 평가와,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는 마음이 동시에 있는 상태예요."

- 최근 정부 합동감사와 감사원 감사 결과가 연달아 발표됐습니다. 유가족 입장에서 의미와 한계를 어떻게 보시나요?

"정부 합동감사는 사실 지난 경청회 자리에서 저희가 먼저 건의했고, 그 자리에서 대통령님이 '알아보겠다'고 답하면서 급하게 진행된 감사였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징계 시효가 3년이잖아요. 3주기 이전에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제 감사 결과는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에 집중되어 있었고, 서울시나 행안부, 소방 등 다른 기관들에 대한 감사는 거의 진행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안타깝지만, 시간의 제약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도 됩니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었던 건, 용산 대통령실 이전 문제와 이 참사 사이의 연관성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시민들은 이미 '그 문제 때문에 제대로 투입을 못 한 거 아니냐'고 알고 있었지만, 정부 조사 결과로 그렇게 발표된 건 처음이거든요. 그 점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재난 안전관리 대응체계 같은 시스템 감사 위주였고, 공무원과 기관의 직무 적정성을 따지는 직무 감찰은 아예 빠져 있습니다. 징계 시효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이 부분은 분명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감사원장이 최근 바뀌고 조직 개편 이야기도 있어서, 이 부분을 어떻게 문제 제기할 수 있을지 논의 중입니다."

- 유가족과 생존자의 트라우마 치료, 일상 회복 지원은 현실에서 어떻게 체감하고 계신가요?

"피해 지원은 특별법이 제정되고 시행령이 공포된 뒤 예산이 마련되어야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실제로 피해자 인정 신청을 받고 사업이 시작된 건 올해 4월부터입니다. 그 이전에도 국립트라우마 센터나 각 시·군·구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심리 상담을 받으라는 문자는 1년에 한두 번씩 왔어요.

하지만 사고 직후에는 모두가 경황이 없었습니다. 각자 너무 힘드니까 병원도 가보고, 스스로 알아보며 상담을 시도하셨죠.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처음 전화했을 때부터 '전문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인상이 너무 강했어요.

심리 상담이라는 것은 내 상태를 이야기하고, 상대와 라포와 신뢰를 쌓아가야 가능한데, 전화를 하면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 여기서는 내가 실제 도움을 받을 수 없겠구나. 그냥 형식적인 절차구나 '하고 다들 체념하게 됩니다. 그 뒤로 꾸준히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는 가족은 손에 꼽을 정도구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