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가 예쁜 함덕해수욕장 상점가, 가로수 없애고 도로 확장한다고?

제주시는 지난 6월 함덕해수욕장 진입로에 위치한 함덕4구의 77개 점포를 제주시 1호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하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1월에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1호 골목형 상점가인 함덕4구에 공동브랜드 개발 및 홍보 물품 제작·배부, 온라인 통합플랫폼 구축 및 홍보마케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호 골목형상점가인 함덕 4구에는 현재 함덕해수욕장 진입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포크레인이 가게 주변에서 먼지와 굉음을 내며 공사하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면 현재 80그루 정도의 오래된 야자수들과 플라타너스 나무도 베어지거나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상권 주변의 경관 역시 크게 변하게 된다는 뜻이라, 일부 상인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곳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도로를 넓히기보다 산책로를 아름답게 조성하는 것이 가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B씨 역시 "차가 붐비는 도로가 아닌데 도로를 넓히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길을 따라 줄지어 있는 야자수 배경으로 노을이 지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는데 그 풍경을 훼손하면서까지 도로를 넓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곳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주민 C씨 역시 "차량 통행이 많지도 않은 곳을 헤집어놓으면서 예산을 낭비하고 경관을 훼손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시는 해당 사업이 "2018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도로 우선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었으며 "주택 및 상가가 밀집한 일부 구간은 마을 내 원활한 진출입 등 지역주민들의 통행 편의 개선"을 위해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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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을 비판하는 이들은 "마을 내 원활한 진출입"을 위해서라는 제주시의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마을 진출입로가 여러 개 있어 마을을 오고 가는 데 크게 어려움이 관찰되지 않아 사업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460m라는 짧은 구간에 2차선-3차선-4차선으로 계획된 사업은 차선의 일관성이 없어, 확장된 차선이 주차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해당 사업의 토지 보상은 거의 마무리됐고 도로 경계를 세우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함덕해수욕장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비취빛의 바다가 있고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서우봉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가게들을 둘러보며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을 찾아볼 수 없다. 버스정류장에서 해수욕장으로 바로 진입하는 도로의 경우 인도가 없고 도로 양 옆에 주차장이 있어 보행자들은 주차장으로 들고 나는 차들과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차들을 피해 걸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산책하기 좋은 길이 지금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곳이다. 수십 년 길을 지켜온 야자수와 플라터너스가 만들어내는 이국적이며 아름다운 정취와 함께 길 양 옆으로 브런치 카페, 서점, 주점, 기념품 가게, 식당, 베이커리 카페 등 다양한 가게들이 있어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도로를 넓히게 되면 차들은 더 빠른 속도로 달리게 되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이들은 주변 가게들을 여유 있게 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에서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으로 인정받는 성수동과 경의선 숲길은 기존 도시의 특색을 지우지 않고 거기에 녹지를 조성하고 붉은 벽돌 등 기존 도시의 유산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매력으로 재탄생시켰다. 방문객들은 거리 곳곳을 걸어서 누비고 다니지 자동차로 이동하지 않는다.

걷는 길이 쾌적하고 볼 거리가 많다면 사람들은 가게에서 소비 행위만 하고 즉시 그 곳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골목에 들어서기도 하고 인도를 걷거나 멈춰서 주변을 구경하기도 한다. 걷기 좋은 쾌적한 길을 만들면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지역과 상권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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