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희망제작소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3회째인 SIR대회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사회혁신가(소셜디자이너)들이 피칭에 나서고, 시민들이 '사회적가치 투자자(청중심사단)'로 참여하는 자리다. 총 200여명의 청중심사단이 참여했으며, 개인별로 총 100만원의 임팩트코인이 지급됐다. 모의투자는 실제 상금으로 연결돼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씨앗이 됐다.
시작을 응원하는 무대(The New Stage)'와 '변화를 키우는 무대(The Next Stage)'에 오른 15명의 소셜디자이너는 각자의 언어로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달라는 청중심사단의 요청에 답했다.
경기 고양에서 활동하는 윤서우 시니어활동연구소 오늘도봄날&굿서포트 대표는 양가 부모의 치매, 본인의 교통사고와 와상 상태를 거치며 "돌봄은 이미 내 인생과 주변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고독사 사건을 마주한 그는 "단순한 노인 돌봄의 공백이 아니라 관계가 끊어져 고립과 소외가 이어지고 있었다"고 짚으며 마을 안에서 이웃 돌봄 활동가를 키워내는 일을 시작했다. 윤 대표는 평균 나이 65세 어르신 30여 명과 함께 워크북 기반 교육을 운영하며 '본인의 인생과 삶을 적어 서로 소통하는 도구'를 바탕으로 40명 넘는 시니어 돌봄 활동가를 양성하고 있다.
경북 울진에서 활동하는 김태오 사회적협동조합 오션캠퍼스 이사는 해조류가 무성하던 어린 시절의 바다가 20년 사이 '바다 사막화'가 진행된 현실을 보여줬다. 그는 "바다숲은 지구의 허파지만, 최근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션캠퍼스는 정부 하청 구조에 머물러온 바다숲 복원을 시민 주도의 프로젝트로 전환해, 시민 다이버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 숲을 복원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김 이사는 "시민과 해양과학자가 함께 바다숲을 복원하고, 탄소 포집 리포트와 뉴스레터로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 중구에서 활동하는 이만수 레인메이커협동조합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보상이 돈이 되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리마켓 작가들과 함께 다품종 소량생산과 콘텐츠 기획을 결합해 지역 이슈를 다루는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1920년대 여관 건물을 매입해 복합문화공간 '대화장'을 열고, 사람들이 외면하기 쉬운 사회적 이슈를 쉽고 다정한 콘텐츠로 바꾸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매년 200여 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창작자들의 방패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계유진 헤삭이탐라 대표는 매일 새벽 집을 찾아와 제주어로만 말하던 할머니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던 경험에서 "제주어가 단절되면 세대와 문화도 함께 끊어진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헤삭이탐라는 이주민과 토박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제주어를 배우고 놀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제주어 보드게임을 만들어, 지난 1년여 동안 도내외에서 100여 회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2000여 명이 참여했다. 계 대표는 "아이들이 수업 후 할머니·할아버지와 제주어로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하는 변화가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부산 북구에서 활동하는 김지은 (주)어나더데이 대표는 지역 장애인과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미술·공예·케이크 만들기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그는 "장애를 비롯한 취약계층의 97%가 여가 시간을 TV 시청으로 보낸다"며 "이동의 불편과 높은 비용, 낮은 접근성이 문화예술을 막는다"고 짚었다. 어나더데이는 시각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향기 물감 '비프터'를 개발해 '보이지 않지만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하고, 부산·도쿄·진해에서 전시를 열며 미국·독일 등 해외 복지기관과도 프로그램을 나누고 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김덕화 행복하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발달장애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가족 외식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토대로 발달장애 가족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가게 370여 개를 찾아 '맘편한 가게 지도'를 만들었다. 김 이사장은 "발달장애인도 우리와 똑같이 마을에서 살고 가게와 마트를 이용할 수 있는 존재라는 등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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