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점이라곤 윤석열을 싫어한다는 것뿐"인 20여 명이 지난 7월 12일 오후 3시, 금속노조 주얼리분회와 이랜드노조의 농성 투쟁이 열리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이후 8월 2일까지 주말마다 모여 약 2시간 동안 각자의 지식과 관심사를 공유했다. 일종의 거리 강의였다.
하필 "차 움직이는 진동까지 느껴지는 아스팔트 위"를 강의 장소로 택한 이유는, 처음 서로 알게 된 곳이 윤석열의 12·3 내란 사태 이후 "길바닥"이었기 때문이다. 또 "사람이 없으면 쫓겨난다"는 노조의 투쟁 현장과 연대하기 위해서였다.
"윤석열의 12·3 내란 사태 이전에는 집회하시는 분들을 보고, 의미가 있을까 의문을 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의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우리가 살아있고 우리가 이렇게 실존한다는 것을 집회로서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간 누구든 우리의 이야기를 듣게 될 거니까.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언젠간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 대학생 정항아(활동명)씨
<오마이뉴스>는 지난 2일 이 강의 모임을 주도한 직장인 화실련, 대학생 정플룻·정항아(세 명 모두 활동명)씨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만났다. 지난 겨울 광장에서 혹독한 한파를 겪었던 이들에게 서울고용노동청 앞은 거리 강의를 이어가며 함께 폭염을 마주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광장에서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타인과 연대하는 법을 배웠다"라며 "광장의 열망과 바람을 어떻게 현실에서 실현할지가 남은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조 이해 못하던 대구 출신 대학생, 어쩌다 이곳에?12·3 내란 사태 이전, 대구 출신 항아는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항아는 "나고 자란 곳에서 노조를 악마화하고, 박정희와 같은 정치인들을 칭송하는 기조가 있다 보니 보이는 대로 생각했다"라며 "노조를 보면, '왜 저 사람들은 되지도 않을 쓸데없는 집회를 부지런히 하지'라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랬던 그의 생각이 달라진 건, 한 친구의 제안으로 윤석열의 계엄 선포 후 열린 집회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항아는 "집회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농성을 하며, 사측과 싸우고 있는 노조의 각종 지회·지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몰랐던 게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어쩌면 그들의 상황을 나도 마주할 수 있겠다는 점을 현장에서 몸으로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세종호텔 지부에서 해고자 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데, 고공 농성 중인 고진수 지부장님이 조리사다"라며 "나도 조리학과고, 이후 취직할 호텔의 직군 중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보니 '내 미래가 될 수도 있겠다, 무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화실련은 지난 2016년부터 직접 만든 개인 깃발을 들고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여했던 디자인 업계 직장인이다. 그는 "1년 전 계엄이 터지고 나서, 8년 전 그 광장이 또 열릴 거라고 느꼈다"라며 "이번에 열렸던 광장에서도 개인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고, 암흑 속에서 깃발들의 물결을 보며 감동했다"라고 떠올렸다. 플룻은 평소에도 노동 문제에 관심이 있던 대학생이자, 이랜드 산하 패밀리 레스토랑의 근무자이다. 그는 "영화 <카트>를 보며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라며 "최근에 취업하며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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