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헌법? '좋은 삶'은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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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생물다양성과 환경보호를 보장하고 기후변화에 맞서 싸운다." (프랑스 헌법 제1조 제안)

시민 150명으로 구성된 프랑스의 기후시민의회는 헌법 제1조 개정을 제안했다. 개정안은 2021년 하원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었지만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비록 개정은 실패했지만 프랑스 시민의 요구는 국가 정체성을 담은 헌법 제1조 개정을 통해서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계 보호를 국가의 최우선 의무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2024년,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시민, 어린이 등이 제기한 기후소송에 대해서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으로서 헌법재판소가 기후위기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과 기본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와 동시에 아쉬움도 남는다. 기후위기에 대한 보다 명시적인 헌법 규정이 있었다면, 더 적극적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헌법재판소까지 가지 않고도 행정부, 입법부가 선제적으로 기후대응 책임을 하도록 헌법이 부과할 수는 없었을까? 기후헌법소원은 헌법의 중요성과 함께, 기후위기 시대 필요한 새로운 헌법의 필요성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1987년에 제정된 헌법은 제정 이후 38년 동안의 변화된 상황 속에서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는 계엄과 내란이 촉발한 민주주의 위기와 함께 수많은 지구 위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불평등심화를 마주하고 있다. 1987년이 낳은 헌법이 지금의 민주주의 위기에 온전히 응답하지 못하듯, 기후위기라는 인류 앞에 놓인 초유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에 38년 전의 헌법으로는 역부족이다.

기후위기 시대 필요한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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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여 개 시민사회운동 단체의 연대 기구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올해 초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3차례의 연속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세미나를 통해서 확인한 것은, 기후위기 시대 필요한 헌법개정이 환경권 조항 등과 같은 몇몇 일부 조항의 개정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후와 생태의 관점에서 국가 목표, 기본권, 민주주의 시스템 등 헌법 전반의 내용을 새롭게 개정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향후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으로 기후위기 시대 필요한 헌법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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