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70년 넘은 여자 셋... 어떻게 90대까지 친구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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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고리산)이 품고 있는 충북 옥천군 군북면 감로리. 달 감(甘), 이슬 로(露) 자를 써 '단 이슬'이라는 뜻을 가진 이 마을은 예부터 물 맑기로 소문난 곳이다. 환산 중턱에 있는 감로사 터 뒤편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는 그 양이 많아 주민들의 식수와 농사를 책임졌다. 상수도가 들어서면서 물을 길어다 먹는 일은 줄었지만, 지금까지도 식수로 마실 만큼 맑은 물이 샘을 꽉 채우고 있다.

마을 초입과 중턱에 있는 느티나무는 마을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성인 두 명이 안아야 할 정도로 몸통이 두꺼운 나무는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몇 년 전 병을 얻어 앓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보살핌 속에서 놀이터와 쉼터의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약을 주고, 병든 가지를 골라내는 등 세심하게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주민들은 마을과 함께 살아온 나무에 감사함의 손길을 건넨다.

감로리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주민들의 기억 속 특별한 장면이 있다. 봄이면 골짜기마다 눈이 내려앉은 듯, 하얀 배꽃이 가득했던 마을 풍경이다. 옥천에서 배를 가장 많이 했던 감로리는 환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로 농사를 지어 당도 높은 배로 유명했다. 각지에서 장사꾼들이 몰려올 만큼 '감로배'를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주민 대부분이 배 농사를 지었다. 기후변화와 농산물 가격 하락 문제로 과수 농사가 줄어들면서 지금은 상추·쑥갓·시금치·아욱 등의 채소가 농지를 채우고 있다.

58세대가 살고 있는 감로리, 해가 짧아진 가을에는 마을회관이 더욱 북적인다. 수확으로 가장 바쁠 계절, 하루 일을 마친 주민들이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닌 회관. 쌀쌀한 바람을 피해 모인 회관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 나눈다. 누군가 전을 부치기 시작하면 어느새 식탁은 각종 먹거리와 주민들로 가득 찬다. 약속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풍경이다.

함께 먹는 밥은 선·후주민 할 것 없이 주민을 이어주고 마을의 필요한 것을 이끌어내는 힘이 된다. 마을 청소, 방범, 공동체 사업 등에 대한 주제로 대화가 번지기도 하고 논의도 이뤄진다. 마을회관이 시끌벅적한만큼 '살기 좋은 마을'임을 보여주는 감로리다.

주민들은 말한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아까운 모습이 있지만 감로리의 정과 단합은 여전하다"고. 주민들이 쓴 시가 반겨주는 마을 초입 모습만 봐도 무슨 뜻인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궁금해지는 마을. 마을 구석구석에 담긴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감로리를 찾았다.

"우리 장수 비결은 친구 만나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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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서 만난 이형직(95)·김옥동(92)·이계월(90)씨는 마을 최고 어르신들이다. 감로리에서 보낸 70여 년의 세월 속 세 사람은 늘 함께였다. 19살에 결혼해 온 낯선 마을에서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며 우정을 나눴다. 이제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아니 가족이라고 말하는 세 사람이다. 매일을 함께하는 이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형직씨 : "고향은 세종 대평리에요. 대전에서 살다가 6.25 전쟁 때 이곳으로 피난 왔어요. 그리고 계속 여기서 살아요."

김옥동씨 : "형님(이형직씨)이 우리 마을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요. 97세 어르신도 계셨는데 얼마 전에 딸네집으로 갔어요. 우리 마을에 90대가 많아요. 저도 92살이에요."

이계월씨 : "19살 때 동이면 금암리에서 감로리로 시집왔어요. 형님들과는 그때부터 알고 지냈고요. 엄청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예요."

- 70년 넘는 시간을 함께하신 거네요. 만나면 무슨 이야기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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