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활주로 건설... 태안 남면 하늘을 누구 맘대로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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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던 11월 28일, 충남 태안군 남면 신장리 마을회관 옆 작은 쉼터. 비닐하우스용 비닐로 둘러친 작은 공간에 신장리 청년회원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었다. 전기장판으로 난방을 하고 있었지만, 입김이 보일 정도로 추운 공간이었다. '청년회원'이라는 이름과 달리 대부분 환갑을 넘긴 시골 어르신들이었다. 그러나 추위를 잊을 만큼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2평 남짓한 농성장 외벽에는 '무인기 활주로 사업의 실상은 이렇습니다. 정말 속상하고 참으로 억울합니다. 밤낮 없는 비행 소음은 우리의 몸과 마을을 병들게 할 것이며, 이는 명백한 생존권 위협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남면민 여러분께 올리는 호소문'이 걸려 있었다.

지난 10월 20일부터 시작된 농성에는 청년회원들이 번갈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인근 마을회관 외벽에는 '찍어줬더니 주민들 뒤통수냐! 거짓으로 받은 동의서는 사기다. 주민들은 원한다! 행복추구권을!'이 적힌 대형 펼침막이 겨울 하늘 아래 펄럭이고 있었다.

손장용 남면 신장리 청년회장은 "우리가 이렇게 추운 쉼터를 지키고 있는지, 태안군이 제대로 들으려고만 했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합니다"라며 "당장 태안군청 앞으로 농성장을 옮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마을 주민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이미 다 결정된 일처럼 진행하고 있어요. 이게 나라입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상 대대로 지켜온 삶터, 하루아침에 군사구역 위기

신장리–달산리 일대는 외지인에게는 평범한 농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주민들에게는 100년 넘게 이어온 삶의 터전이다. 대대로 농사를 짓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살아온 이 땅은 주민들에게 그 자체로 삶이자 역사다.

그러나 정부·충남도·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 일대에 약 3km 규모의 무인기 전용 활주로와 격납고, 관제시설 등을 포함한 '국방미래항공연구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는 2543억 원이다. 활주로 예상지는 신장리와 달산리 경계부로,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를 보면 마을과의 직선거리는 300~600m에 불과하다.

군용 비행장 건설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문승일 위원장은 "활주로가 생기면 이 일대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입니다. 고도 제한이 생기고 개발행위도 제한되겠죠. (그렇게 되면) 우리 땅값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고, 재산과 생계 모두 위협받게 될 겁니다"라고 우려했다.

용역 초안에서 제시된 관제탑을 기준으로 반경 18.6km가 비행금지 또는 고도제한 구역으로 설정될 가능성도 언급되었다. 주민들은 "남면 전체가 규제로 뒤덮일 것"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우리는 소음의 고통을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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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일 위원장을 비롯한 주민 20여 명은 직접 경남 사천비행장을 찾아가 전투기·훈련기 이착륙 소음을 체험했다.

"말이 필요 없었어요. 그냥 귀가 멍해지더라고요."
"한서대 비행학교 소음도 수십 년을 참고 살았는데, 또 비행장이 생긴다고요? 두 번 죽으라는 겁니까?"

실제로 무인기라도 수송형·전술형 기체는 출력을 높여 이착륙해야 하고, 일부 모델은 F-16급과 유사한 형태의 제트 기반 엔진을 탑재한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이유가 단순한 '무지' 때문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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