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의 오래된 과거가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었고, 그는 '배우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결정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에 일었던 어떤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사람의 삶을 규정짓는 것은 과거의 한 장면일까 아니면 그 뒤로 이어진 긴 시간의 변화일까.
조진웅이 미성년시절 차량 절도·강도강간 혐의로 소년원에서 생활을 했다는 언론 보도로 시작된 이번 논란은 한 사람의 잘못, 그 너머에 존재하는 '현재의 삶'과 '변화의 가치'를 묻고 있는 것만 같다. 단순한 연예계 스캔들로 치부하기엔 사회가 '과거의 잘못'과 '현재의 자격'을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 과거는 직업과 사회적 존재를 무너뜨릴 만큼 절대적 기준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이 사안은 유명인의 과거 폭로나 연예계 도덕성 논란으로만 소비되기에는 너무나 크고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본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조진웅이 스크린 밖에서 보여온 태도와 행보는 대체로 진중했다. 종종 사회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성실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느껴왔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과거가 터져 나온 뒤 그가 스스로 배우 은퇴까지 선언한 모습을 보면서 예상치 못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잘못은 잘못이다. 그가 과거 저질렀던 일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연민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 감정은 단순한 '팬심'의 문제가 아니다.
논란이 벌어진 시점은 그가 미성년자일 때이다. 우리 법은 소년범을 성인 범죄와 달리 취급한다. 미성숙함을 전제로 '교정·갱생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왔다. 그런데 성인이 된 뒤 수십 년 동안 사회적 구성원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뒤늦게 과거를 들추어 현재의 그게 가진 지위를 박탈하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는 소년범 제도 자체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결과가 된다. 갱생 가능성을 인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오히려 미래까지 영구히 낙인찍는 도구로 사용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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