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레오파드’(1963년)는 이탈리아 통일 운동 시기 왕가의 쇠락을 지켜보는 살리나 대공(大公)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나라 이하(李賀)는 한나라 멸망 후의 스산한 정경을 ‘금동선인(金銅仙人·금동으로 만든 신선)’의 입장에서 노래했다. 한나라가 무너진 뒤 위나라 명제(明帝)는 환관을 보내 한나라 궁궐의 금동선인을 떼어 오게 했다. 한 무제 때 만든 거대한 신선의 동상은 승로반(承露盤·하늘로부터 감로수를 받기 위한 쟁반)을 받들고 있었는데, 수레에 실어 나르기 위해 승로반을 떼었더니 금동선인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장생불사라는 한 무제의 덧없는 욕망의 표상에 감정이입한 시인의 우울한 정서가 청각, 미각, 촉각, 시각의 이미지를 통해 도드라진다. 시가 역사 기록에서 취재했다면 영화는 실화에 기반한 동명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영화는 귀족 계급의 몰락과 함께 삶의 유한성에 관한 비가(悲歌)이기도 하다. 감독은 급변하는 정치 현실 속 가문을 지키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