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악의 평범성’ 개념, 나치 확신범의 민낯을 놓쳤다

131127723.1.jpg독일 나치의 간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을 학살한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유대인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가 1963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주장한 ‘악의 평범성’ 논쟁이 대표적이다. 1961년 4∼12월 예루살렘에서 열린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한 아렌트는 “아이히만은 선량한 관료였지만, 상관의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생각의 무능’이 그를 악마로 만들었다”고 분석한다.신간은 아렌트에 대한 50여 년 만의 반박이라 할 수 있다. 독일 철학자인 저자는 수십 년간 추가로 누적된 아이히만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연구를 검토한 끝에 아렌트와 다른 결론을 낸다. 아이히만은 잔혹한 학살자인 동시에 자신이 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포로였다가 탈주자가 된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었다. 아이히만은 감각의 전부를 살아남는 데 집중시켰다.”이 책은 2011년 독일 출간 당시 서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