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구서 사라진뒤… 불길함 혹은 쓸쓸함

131135623.4.jpg현대 미술가 피에르 위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휴먼 마스크’는 인간의 가면을 쓴 원숭이가 주인공이다. 긴 머리카락 가발을 쓰고 치마를 입고 있어 뒷모습만 보면 체구가 작은 소녀 같지만 팔과 다리엔 털이 수북하다. 이 원숭이가 돌아다니는 곳은 원전 사고로 황폐해진 일본 해안 도시 후쿠시마의 어느 식당. 그 안에서 원숭이는 훈련 받은 대로 부엌과 식탁을 오가며 의미 없는 일을 하거나 가만히 허공을 응시한다.‘휴먼 마스크’를 비롯해 위그가 최근 10여 년간 제작한 작품 12점을 공개하는 전시 ‘리미널(Liminal)’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사람과 비슷하지만 사람이 아닌 원숭이처럼, 위그는 인간이 되려다 만 ‘이상하고 아름다운 괴물들’을 작품 속에 펼쳐 놓았다. 전시 제목 ‘리미널’은 “생각지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일컫는다. 작가는 전시장 입구에 임신한 사람의 배를 본뜬 조각 작품(에스텔라리움)을 놓아뒀다. 앞으로 관객이 보게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