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잃은 손자 앞에 자식 잃은 아픔을 감추고

132224146.1.jpg자식의 죽음을 다룬 영화 중에 문희융 감독의 ‘늙은 자전거’(2015년)는 죽은 아들이 남긴 손자와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그 슬픔을 풀어간다. 조선시대 홍양호(洪良浩·1724∼1802)가 세상 떠난 아들을 애도하며 쓴 연작시에서 어린 손자에 대해 읊은 내용을 연상시킨다.시인은 수려한 외모에 과거시험에 급제하여 집안을 빛낸 큰아들의 이른 죽음에 크게 상심했다. 아들을 애도하는 글에서 세상에서 늙은이가 젊은 사람을 곡하는 것은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지만 아들의 죽음 앞에선 하늘을 향해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고 적었다. 그저 아들이 남긴 어린 손자를 잘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마음을 다잡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할 뿐이었다(‘哭亡兒文’). 한 해 뒤 쓴 이 시에선 아들이 죽을 때 겨우 돌을 지난 손자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회한을 드러냈다. 아버지의 부재로 아버지란 말도 해본 적 없는 손자에게 어떻게 아비 ‘부(父)’자를 가르쳐 줄까란 말에서 가시지 않는 슬픔이 짙게 배어난다. 이만희 작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