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전히 자신의 걸음에 의지해 그저 묵묵히 걷는 순례길. 종교가 없어도 상관없다. 고즈넉하게 펼쳐진 들판 사이를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동안, 온갖 번뇌로 들끓던 마음이 어느새 부드럽게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으니.22일 ‘한국의 산티아고’라 불리는 충남 당진 ‘버그내 순례길’을 걸었다. 버그내 순례길은 당진 솔뫼성지부터 합덕성당, 신리성지를 잇는 약 13.2km의 천주교 순례길. 버그내는 합덕 장터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까지 들어와 포구를 이뤘기 때문에 서양 선교사들이 많이 들어와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박해를 피해 숨어서 신앙생활을 하던 선교사와 신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순례자의 길이 형성됐다.‘소나무가 우거진 작은 동산’이란 뜻의 솔뫼성지는 1821년 8월 21일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가 탄생한 곳이다. 이곳에 터를 잡은 김대건 신부 집안은 증조부 김진후, 작은할아버지 김종한, 부친 김제준, 당고모 김데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