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31년 차 애널리스트인 신순규 씨(58)가 대학에 입학할 때 일이다. 어머니는 독립하는 아들을 위해 옷걸이마다 점자를 붙여주셨다. ‘노란색’ ‘파란색’ 등 옷걸이마다 색깔을 표시했다. 시각장애인인 아들이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아들은 40년 가까이 된 그 옷걸이들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근데 엄마랑 저도 생각을 못 했던 게, 옷을 벗으면 똑같은 옷걸이에 걸어야 한다는 거예요. 까먹고 딴 데 걸어놓으면 다 꽝이 되는 거죠, 하하.”1967년 서울에서 태어난 신 씨는 9세 때 시력을 잃었다. 어머니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순회 공연차 방문했던 미국에서 자신을 맡아주겠다는 ‘미국인 부모’를 만나 15세에 유학을 떠났다. ‘점자 옷걸이’를 만들어주신 건 미국 어머니였다. 부모의 사랑은 좋은 결실을 맺었다. 신 씨는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월가 투자은행 JP모건에 입사했다. 시각장애인 최초로 공인재무분석사(CFA)도 취득했다.